첫 확진자 발생부터 팬데믹 선언까지...전업종 주가 평균 14.6% ‘↓’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50여 일 만에 주요 상장사 100곳의 주가가 평균 20% 넘게 하락하고 시가총액은 174조 원이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0개 업종별 매출 상위 5개 기업씩 총 10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주가와 시가총액 변동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CXO연구소는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50일째인 10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12일 등 세 시점의 주가를 비교 분석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100곳의 시가총액은 1월 20일 895조 원에서 3월 10일 779조 원으로 감소했다. 첫 확진자 발생 50일 만에 시가총액이 116조 원이나 증발한 셈이다. 같은 기간 상장사 100곳의 주가 하락폭은 평균 14.6%로 나타났다.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12일 기준 시가총액은 721조 원으로 10일과 비교하면 불과 이틀 만에 57조 원이 더 빠졌다. 첫 확진자 발생 시점과 팬데믹 선언 시점을 비교하면 52일 만에 상장사 100곳의 시가총액은 총 174조 원(19.4%)이나 급감했다. 5분의 1 수준의 주식 가치가 증발한 셈이다.
상장사 100곳의 시가총액은 20개 업종 모두에서 하락, 업종을 가리지 않고 주식 가치를 떨어뜨렸다.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떨어진 업종은 국내 주력산업으로 꼽히는 전자업이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조사 대상 상위 5개 업체의 시가총액은 1월 20일 465조 원에서 12일 379조 원으로 50여 일 만에 86조 원 상당의 가치가 떨어졌다.
이어 자동차(16조 원), 석유화학(15조 원), 금융(11조 원) 업종도 10조 원 넘게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금속ㆍ철강(8조3000억 원), 정보ㆍ통신(7조6000억 원), 전기ㆍ가스(5조3000억 원) 등 업종도 주식 가치가 5조 원 넘게 떨어졌다.
또 건설(3조2000억 원), 유통(3조 원), 기계(2조2000억 원), 식품(1조6000억 원), 운송ㆍ물류(1조5000억 원), 항공ㆍ해운(1조5000억 원) 등은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1조 원 넘게 감소했다.
주가가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업종은 조선ㆍ중공업 분야였다. 이 업종 상위 5개 업체의 12일 기준 주가는 1월 20일과 비교해 평균 32.4% 급락했다.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4만8300원에서 12일 3만350원으로 37.2% 감소했다.
기계 업종도 첫 확진자 발생 후 팬데믹 선언일 기준으로 평균 30.4% 떨어졌다. 조선과 기계 업종을 포함해 20개 업종 중 팬데믹 선언으로 주가가 평균 20% 넘게 추락한 업종은 12개다. 이중 자동차(-27.2%), 섬유ㆍ패션(-26.5%), 금융(-25.5%), 여행(-25.5%), 건설(-25.4%) 7개 업종의 주가는 25% 이상 빠졌다.
20개 업종 중 운송업만 유일하게 주가가 1.3% 상승했다. 운송업 중에서도 일반 소비재 택배를 취급하는 업체만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이 확산하며 택배 물량이 증가한 수혜로 주가가 상승했고, 일반 원자재 수송 업체의 주가는 하락했다.
상장사 100곳 중 주가가 30% 넘게 폭락한 곳은 19곳으로 집계됐다. 하락폭이 20∼30%는 39곳, 10∼20% 28곳, 10% 미만은 8곳으로 파악됐다.
100곳 중 6곳은 ‘코로나 특수’ 영향으로 주가를 유지하거나 올랐다. 대표적으로 마스크, 휴지 등을 생산하는 ‘깨끗한 나라’ 주가가 26.7% 상승했다.
오일선 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보다 좋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주가가 올해 1월 말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6개월∼1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며 “3월 말에서 4월 초에 주가 흐름이 회복 국면으로 전환돼야 예상보다 빨리 주가가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