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가 85.45포인트(4.19%)나 폭락한 1954.77로 마감해 2000선이 무너졌다. 이 같은 급락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던 2018년 10월 11일의 4.44% 추락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외국인들이 코스피시장에서 1조3122억 원어치의 주식을 한꺼번에 팔아치웠다. 이 같은 외국인 순매도액은 1999년 거래소가 일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1.9원 급등한 1204.2원으로 1200원 선을 뚫고 올라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가시화하면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져든 양상이다. 코스피의 ‘공포지수’가 급등한 것이 말해 준다. 이날 코스피200의 향후 시장 변동성을 측정한 변동성지수(VKOSPI)는 장중 전 거래일보다 30.58%나 높아지기도 했다. 국내 주식시장만 추락한 게 아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니케이225지수도 이날 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5%가량 빠졌다.
반면 안전자산인 채권값이 강세를 보였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9일 1.075%에서 장을 시작했다가 1.038%로 떨어졌다. 코로나 사태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진 것이다.
코로나19는 중국과 한국을 넘어 각국에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팬데믹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 또한 증폭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의 침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불확실성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한 충격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 같은 이는,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세계 경제 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올해 최대 40%까지 폭락할 수 있다는 극단적 비관론까지 내놓았다.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고 금융시장의 위기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거시건전성 3종세트’ 등 컨틴전시플랜을 즉각 가동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해 좀 더 긴박감을 갖고 비상한 시장안정 조치들을 강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시장참여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선제적 대응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넘어, 금리인하든 유동성 공급 확대든 대책 마련과 실행을 조금도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