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국내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연기금 등이 ‘사자’ 주문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수 급락으로 투자 여력이 생긴 연기금이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9일 전 거래일 대비 85.45포인트(4.19%) 하락한 1954.77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홀로 1조3116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영향이 컸다. 관련 기록 집계가 가능한 지난 1999년 이후 사상 최대 금액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공포가 미국으로 번지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투자 스탠스로 전환했다”며 “이번 주까지는 미국 시장이 불확실성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만큼 우리 증시도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연기금 등은 이날 홀로 3984억6154만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섰다. 아울러 개인 투자자도 1조4903억 원어치를 대거 사들였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우정사업본부 등을 포함한 연기금 등은 연초부터 이날까지 총 7215억7951만 원어치를 순매수하고 있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 기관이 같은 기간 9조2180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통상 연기금은 국내 증시가 급락할 경우 대거 순매수하는 등 ‘구원투수’ 역할을 맡아 왔다. 지난 6일 코스피가 전일 대비 45.04포인트(2.16%) 하락한 2040.22에 거래를 마치는 등 낙폭을 키웠지만 연기금은 2238억6680만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이같은 매수세는 최근 증시 급락세로 국민연금 등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진 연기금에 투자 여력이 남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서 자연스럽게 운용금액 내 주식 비중이 줄어들자, 할당된 비중을 맞추기 위해 매수에 나섰단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기금이 지수 방어를 위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코스피가 하락하면서 국내 주식 가격이 하락해 투자금액 대비 국내 주식 비중이 남았기 때문에 매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금 수급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경우 연초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여력이 남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국민연금이 지난해 발표한 2020년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총 운용자산 목표치(748조6674억 원) 중 129조7372억 원이 국내 주식에 할당돼 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 수급을 통해 지수 반등 시점을 예측해볼 수 있단 판단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기금은 장기 투자 성격의 자금이라 투자 시 보수성이 짙다”며 “지난해 이후 외국인 순매수 대금에서 연기금 순매수 대금을 차감한 값이 코스피 지수와 0.6~0.7 사이의 상관계수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외국인과 연기금 순매수 차이는 –6조1000억 원인데, 2010년 이후 최저점 수준”이라며 “이같은 격차는 수급상 바닥 신호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