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미국 연준(Fed)의 긴급 50bp 기준금리 인하에 한은도 예정에 없던 이주열 총재 주재 긴급 간부회의를 개최하면서부터다. 간부에 금통위원도 포함되느냐부터 시작한 의문과 소문은 간부회의 결과 발표가 오후 3시경으로 미뤄지고, 이후 국채선물 마감직후인 오후 3시46분 발표로 또 미뤄지면서 확대 재생산돼 갔다.
처음에는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가 있는 4월9일 이전에라도 한은이 임시금통위를 열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했다. 연준도 임시회를 열고 전격적으로 대폭 금리인하를 단행한 만큼 채권시장으로서는 일견 기대를 걸어 볼만했다. 이에 따라 4월 이전 금통위가 언제인지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들이었다. 3월에도 12일과 26일 금통위가 있다는 소식을 파악한 시장은 이르면 12일에라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이후 긴급 간부회의 결과가 오후로 미뤄지자 간부회의가 임시금통위로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오후 3시 발표를 두고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직접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발표가 국채선물 장종료 이후로 미뤄지면서 혼란은 극에 달했다.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뭔가 중요한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 내지 우려였다.
반면, 한은은 채권시장의 이런 혼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당장 이날 임시금통위가 열릴 것이라는 채권시장의 소문은 아예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간부회의 결과 발표가 당초 오전에서 오후 3시로, 이후 오후 3시46분으로 미뤄진 것과 관련해서 한은 관계자는 “통화정책방향 관련 내용이라 표현을 다듬는 시간이 길어졌다. 선물시장 마감시간 이후 배포하자는 의견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하는 정도였을뿐이다. 채권시장에서 임시 금통위까지 기대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한은 발표 이후 채권시장은 아수라장이 됐다고 몇몇 채권시장 참여자들이 기자에게 직접 알려왔다. 한 채권시장 참여자는 이날의 혼란에 대해 “(오늘 당장) 인하하는 것 아니냐고 다들 난리였다. 시장에서 소설들이 양산됐다”며 “(한은도)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역시 총재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신다. 괜히 (오후 3시)46분에 발표를 해서 시장만 엉망된 것 같다. 장중에 했으면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말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혼란의 책임은 우선 채권시장 참여자들에게 있다. 현재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하우스별로 올해 채워야하는 수익이 지난해 대비 1.5배 가량 많아진 상황인데다, 2월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연준 금리인하 재료는 한은을 압박하고 시장을 흔들기에 너무 좋은 재료였던 셈이다.
반면, 한은도 이같은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했어야 옳았다.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아마추어다. 이주열 총재가 종종 민감한 사안에 대해 답변을 회피할 때면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가 그것.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미뤄지기 시작한 간부회의 결과 발표는 시장에 빌미를 주기 충분했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