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1.75%에서 1.00~1.25%로 0.5%포인트(P) 인하했다. 과감하고 전격적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인하폭도 통상적인 0.25%P의 2배를 한꺼번에 내렸다.
Fed가 정례적인 FOMC 회의가 아닌 때 금리를 내린 사례는 흔치 않다.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질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만 이뤄졌다. 이번 조치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10월 기준금리를 긴급히 0.5%P 낮춘 이래 11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금융위기에 버금갈 정도로 심각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Fed는 추가 금리인하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향후 코로나19의 전개 상황을 지켜보면서 경제를 지지하기 위한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금리인하로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없고 무너진 공급망을 고칠 수도 없지만, Fed의 적절한 대응이 경기를 부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은 오는 17~18일 예정된 3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더 낮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안에 제로(0) 금리로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인하가 발표된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주가가 폭락하고 국채 수익률이 많이 떨어졌는데, 이는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요구로 풀이된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과 정책 당국의 코로나19 대응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Fed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미국 요청으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들이 전화회의를 가진 직후 이뤄졌다. 이들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긴밀한 협력과 국제 공조에 나설 것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각국의 잇따른 금리인하가 예고된다.
Fed의 선제적 금리인하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실기했다는 논란도 비등하다. 한은은 2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코로나 사태로 이미 경제가 얼어붙고 있는데도, 4월 나올 1분기 지표를 확인한 후 대처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에서였다. 부동산값 상승과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에 발목 잡힌 탓으로 보이지만, 안이한 상황 판단으로 금리인하의 적기를 놓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태다. 코로나 사태 확산의 충격도 중국 말고는 가장 심각하다. 국민의 일상까지 멈췄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이 사태가 얼마나 길게 이어질지, 경제적 피해가 얼마나 클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성장률 추락 등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예측이 잇따른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한은의 비상한 대응조치가 다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