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덮친 코로나…전국 곳곳서 '공사 중단'

입력 2020-03-04 16:10수정 2020-03-0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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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확진자 총 15...공사 중단 7곳 중 2곳만 재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건설 현장까지 덮쳤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공사를 중단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확진자가 나온 곳은 물론 예방 차원에서 공사를 일시 멈추는 현장도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건설인력 수급은 물론 공기(공사 기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일 기준 전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건설 현장은 모두 7곳이다. 지난달 21일 경북 성주대교 확장공사 현장을 시작으로 △경기도 이천 용수공급시설 설치 공사 △경북 김천 남전천 지하차도 공사 △경기 성남 분당 아파트 신축 공사 △대구 아파트 신축 공사 △포항 해병대 군수단 공사 △서울 여의도 파크원 공사현장에서 확진자가 줄줄이 나왔다. 확진자는 총 15명이다.

이 중 대구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은 소독작업 등을 거쳐 공사를 재개했고, 분당아파트 신축 공사현장도 이날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달 27일을 시작으로 3명의 확진자가 잇따라 나온 여의도 파크원 공사현장도 8일 공사를 재개한다. 가장 먼저 확진자가 나왔던 성주대교 확장 공사장은 현장 인력 10여 명이 여전히 격리 조치된 상태로 공사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공사가 멈춘 곳은 공식적으로는 5곳이다. 하지만 도로나 군대 내 시설 등 예방 차원에서 공사를 중단한 지방 곳곳의 소규모 공사현장까지 포함하면 멈춰선 공사현장은 꽤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지난달 코로나19에 대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이미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각 공사 현장에 일회용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구비하는 것은 물론 발열 검사를 일일 단위로 진행하고 있다. 출입국 기록 조회, 중국 방문자와 접촉 여부 확인 등 대응 지침도 진작부터 강화했다. 하지만 건설현장은 근로자들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작업을 수행하거나 단체로 숙소생활을 하는 특성상 한 번 감염이 발생하면 확산을 막기가 쉽지 않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온 서울 여의도의 한 초고층 빌딩 공사 현장. 이곳은 오는 8일부터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건설 현장 내 마스크 수급 상황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마스크 가격이 폭등하면서 예상치 못한 비용 지출이 늘고, 어렵사리 주문을 넣어도 주문이 취소되거나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건설현장 관계자는 “기존 마스크 공급업체에 사정해서 주문을 넣었지만, 배송이 지연된 것은 물론이고 겨우 구한 물량도 주문했던 수량의 절반에 불과했다”라고 토로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선 많이 사용하는 방진마스크의 경우 보건용 마스크(KF94ㆍKF80)처럼 수급이 어려운 건 아니지만 단가 낮거나 수급이 원활하진 않다”며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은 특성상 근로자들의 통제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애를 먹는다. 통상 건설현장은 2인 1조 등 한 팀으로 분산돼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스템은 무더기 감염은 막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챙기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건설업계가 가장 우려한 공기 지연과 그로 인한 분쟁, 손실 등에 대해선 한시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이하 표준도급계약서)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놨다. 이번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표준도급계약서 제17조의 ‘전염병 등 불가항력의 사태로 인해 계약 이행이 현저히 어려운 경우’로 유권해석한 것이다. 공사 지연으로 인한 지체배상금 지급으로 건설회사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기가 연장된다고 해도 지체배상금을 부과할 수 없고, 공사를 끝마친 경우엔 준공검사 기한이 코로나19 비상 상황이 해제된 날부터 3일까지 연장된다”며 “공기 연장이나 중단 등으로 분쟁이 생기는 경우 건설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신속하게 분쟁을 중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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