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새 임기 3개월 만에 물러나…범농협 CEO 6명도 사임
이대훈<사진> NH농협은행장이 3일 전격 사임했다. 새 임기를 시작한 지 겨우 3개월 만이다. 은행 내부에서도 당일이 돼서야 이대훈 행장의 사임 소식을 접했지만, 사실상 정해진 순서였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보통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이 새로 당선된 후에는 회장의 인사권을 존중하기 위해서 관례상 임기를 도중에 끝내곤 한다.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이 당선됐던 2016년 10월에도 김 전 회장은 주요 계열사 대표에게 사표를 제출받았다. 농협중앙회는 농협은행을 자회사로 둔 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기에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행장 외에도 허식 부회장, 소성모 상호금융대표, 박규희 감사위원, 김원석 경제지주대표, 이상욱 농민신문사 대표, 김위상 농협대 총장의 사표가 처리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세대교체’지만, 사실상 선거가 끝난 후 인사 라인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사표를 제출받은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선거에서 도와준 사람을 챙겨주는 일종의 정치적인 행위”라며 “아마도 주요 대표이사는 이미 (회장의 측근으로) 결정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농협금융 계열사 대표 중에선 이 행장만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임기가 4월 말이라 따로 제출하지 않았다.
이 행장만 사표를 낸 데는 이성희 회장과 김병원 전 회장과의 관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행장은 김병원 전 회장으로부터 중용을 받았다. 이 행장은 줄곧 농협은행에 몸을 담다가 2016년 11월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당시 중앙회장이 김병원 전 회장이다.
그러다 2017년 12월 제4대 농협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는 2012년 신경분리 이후 처음으로 농협은행장 3연임에 성공했다. 당시 2년 넘게 행장직을 유지할 것은 이 행장도 예상하지 못했다. 역사상 첫 3연임이 가능했던 것도 김 전 회장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성희 중앙회장이 신임 회장에 당선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농협중앙회 한 관계자는 “김광수 회장은 농협 출신이 아닌 외부 사람이기 때문에 인사 정리 대상은 아니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이 행장의 사퇴는 사실상 정해진 순서”라고 말했다.
앞서 이성희 중앙회장은 지난번 23대 중앙회장 선거에서 김 전 회장에게 결선투표에서 패했다. 1차 투표에서는 1위를 기록하다가 마지막에 진 것이다. 이성희 회장은 올해 24대 선거에서 유남영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농협중앙회장은 임기 4년 단임제로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권을 갖는 등의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 농협은행은 공식적인 사임 절차가 완료된 직후부터 임원추천위원회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당분간은 장승현 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이 은행장 직무를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