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훈의 독설(督說)] 마스크 좀 제발 넉넉히 주세요

입력 2020-03-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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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중소기업부 차장

하루 두 번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수백 명씩 늘어난다는 소식뿐이다. 바로 옆동네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는 공포가 엄습한다. 한술 더 떠 환자 증가세는 점점 더 가팔라진다.

전염병 확산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다만 정부의 대처나 대응방안 제시가 실로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것이다. 정부 말고 어디에 기댈 수 있는가. 문제는 의지할 대상이 더없이 불안한 행보를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최대 위기는 마스크, 손 세정제 같은 방역용품 품귀 현상이다. 정부가 적절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자 불안감만 증폭된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지난달 27일 마스크 부족 국면을 타개하겠다며 하루 350만 장의 마스크를 시중에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국내 생산물량의 50%를 공적 공급량으로 충당하고 90%는 내수로 쓰겠다는 결연한 선언도 곁들여서다. 웹쇼핑을 포함해 시중에서는 마스크를 도저히 구할 수가 없고, 1장당 1000원 미만이었던 가격도 5배에서 10배까지 뛴 상황에서야 내놓은 대책이었다.

얼핏 많아 보이는 일일 350만 장.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정부는 전국 2만7300곳의 우체국, 농협, 약국 등을 통해 3월 초부터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평균 1곳에 하루 183장 정도 들어간다는 얘기다. 한 사람이 5장씩 사가면 36~37명 분에 그친다. 백화점, 마트 등에서 마스크를 구할 수가 있으면 이 같은 수치도 의미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중의 마스크는 ‘씨’가 말랐다. 마스크 5장 사려고 사람들이 수백 미터씩 장사진을 치는 형편이다. 단순 계산이라지만 마스크 품귀 ‘해갈’에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제한량도 문제다. 5장은 4인 가족 기준 하루 쓸 수준이다. 마스크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한 매일같이 마스크를 사러 줄을 서고 마스크 파는 곳을 찾아 헤매는 ‘마스크 원정대’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가정이 정말 비약일까. 게다가 공급이 ‘제때’, ‘정확히’, ‘제대로’ 될지도 불투명하다.

못 미더운 게 어디 마스크뿐이랴. ‘주먹구구식’ 감염원 통제 및 관리도 문제다. 최근 모 대학병원 응급실서 치료받는 도중 맞은편 침대서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 2명이 검사를 받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당시 밀폐된 응급실에는 환자들이 가득 차 있었다. 칸막이도 없었고 마스크도 안 쓴 의사는 의심환자를 검사하고 대화도 나눴다. 선별진료소를 지나쳐 병원 내부에 들어온 것이 발각돼 실랑이도 벌어졌다. 코로나 감염자가 그냥 출입해도 모를 정도였다. 대학병원도 이럴진대 지역사회에서 감염원 관리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미흡한 확진자 동선 파악도 두려움을 키우고 있다. 심지어 확진자와 같은 PC방에 있었다며 보건소의 격리 통보를 받았다가 날짜에 착오가 있었다며 취소된 해프닝을 겪은 지인도 있다. 통보에서 취소까지 지인의 회사 동료 및 가족들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곳곳이 구멍이다.

정부와 방역당국의 노고는 인정한다. 하지만 ‘열심히’보다는 ‘잘해야’ 하는 시기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보여주기’가 능사는 아니란 얘기다. 방역용품 공급도 감염원 관리도 전반적 보완이 시급하다. “마스크 5장 사는 데 줄서게 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한 시민의 토로가 떠오른다. 마스크 수백 장 쟁여놨어도 불안할 판이다. 지금 국민은 정부밖에 믿을 곳이 없다. 정부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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