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계약이전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보험계약자 보호제도는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외 주요국은 각국의 상황에 맞는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를 도입해 보험계약자 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계약이전 제도의 해외사례 비교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한국은 부실 생명보험회사 정리 시 보험계약의 조건 변경 없는 계약이전으로 보험계약자가 손실을 전혀 분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고금리 보유계약의 부담은 인수 보험회사에게 그대로 전가돼 이전된 보험계약자는 아무런 손실을 입지 않은 반면, 인수보험회사는 금리부담을 모두 책임지게 돼 경영에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 방식이다.
현재는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부실 보험회사 정리 시 최소비용원칙에 의해 결정된 정리 방식을 따르고 있다. 보험회사의 경우에도 청·파산 방식이 최소비용일 경우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해할 염려가 없는 한 청·파산 절차에 의해 정리해야 한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예금자보호법의 부실 보험회사 정리원칙에 부합하면서 계약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제적 정합성을 제고하는 정리제도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은 보호한도 상한 설정, 공동부담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한도 상한은 일정금액 이상은 보호하지 않는 것이며 공동부담은 계약자에게 일정한 비율만큼만 보장하는 방법이다.
미국은 다수의 소액가입자를 보호하는 정책으로 계약이전 시 보험금의 총한도를 상품종류별로 차등을 둬 보호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공동부담 원칙에 따라 계약이전 시 가입금액 또는 책임준비금의 크기에 상관없이 일정 비율로 보호함으로써 모든 계약자가 일정부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영국은 장기보험은 100%, 일반보험의 의무보험, 전문인배상책임보험, 계약자 사망 또는 장애보험은 100%, 그리고 일반보험의 기타계약은 90% 보장한다.
보험연구원은 주요국의 부실 보험회사 계약이전 시 보험계약자 보호 방법은 금융당국의 정책목표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약자 다수에 대한 보호정책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국가는 보호한도 방법을 사용한다"며 "고금리 상품으로 인한 보험회사의 손실이 큰 일본의 경우는 계약자에게 일정한 책임을 묻는 공동부담 방식을 채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