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상향' 카드도 만지작… 주택 공급 및 사업성 확보 '일석이조'
도심 주택 공급 정책을 두고 서울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용도 전환을 통해 오피스 빌딩이나 숙박시설을 오피스텔 등으로 리모델링하기로 했지만 사업자를 찾지 못해서다. 용적률 상향 카드까지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 초 시청 서소문 별관에서 ‘도심 내 주택공급 혁신방안 연구’ 용역 중간 보고회를 열었다. 서울시는 공공 주도로 도심에 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용역을 발주했다. 이 자리에서 연구진은 서울시에 정비사업보다는 ‘하이브리드 용도 전환’을 통해 도심지역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용도 전환은 그간 서울시가 추진해왔던 주택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2018년 발표한 ‘서울 8만 가구 추가공급 세부계획’에서 도심 오피스 빌딩과 숙박시설 공실을 용도 전환해 2025년까지 5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 시범사업으로 종로구 숭인동 ‘베니키아 호텔’을 238가구 규모의 청년주택으로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번 용역 연구진도 이 같은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고 재확인했다. 서울시가 이번 용역을 주택제도 개선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용도 전환 정책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 관계자는 “도심 오피스나 호텔이 주택으로 바뀐다면 청년 주거난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용도 전환 대상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도 전환을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건물 소유주 등이 나서면 서울시가 도시계획변경 등을 통해 지원해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8년 발표 이후 아직 오피스를 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으로 전환하겠다는 오피스 건물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호텔도 베니키아 호텔 말곤 후속 사업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용도 전환 대상을 구체화할 것을 제안했다.
오피스의 경우 대형 건물보다는 중소형 건물을 중심으로 사업 대상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형 건물의 경우 임대 수입에 비해 리모델링 비용이 지나치게 커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특히 청년주택 같은 공공주택의 경우 임대료 수입이 제한적이어서 수지를 맞추기가 더욱 어렵다.
연구진은 사업이 중단된 호텔 부지에도 주목했다. 서울 시내 호텔 부지 가운데 ‘관광숙박시설 특별법’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은 곳이 적지 않다. 관광숙박시설 특별법에선 호텔 부지의 용적률을 상업지역에선 500%, 일반주거지역에선 150%까지 완화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 급감 등으로 관광산업이 어려워지면서 호텔 공사를 멈춰선 곳이 10곳이 넘는다. 이 부지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활용하면 대규모 주택 공급과 사업성 확보 등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다는 게 서울시 등의 복안이다.
이번 용역에선 용적률 상향을 검토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보고회 참석자들은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의 주거지역 용적률 규정을 ‘국토계획법’ 규정에 맞추면 주택 공급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 일반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은 국토계획법 규정보다 50%포인트 낮다. 3종 주거지역의 경우, 도시계획법에선 최대 300%까지 용적률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서울시 조례에선 250%로 상한을 두고 있다.
용적률이 높아지면 건물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할 때 사업성이 좋아진다. 서울시는 지난해에도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의 용적률 규제를 완화했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학술적 의미일 뿐 반드시 정책에 반영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도심 주택공급 정책을 위해선 서울시가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용석 도시표준연구소 소장은 “용도 전환은 청년 주택난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이라면서도 “비현실적인 규제 때문에 제대로 실현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들의 실정에 맞는 규제 개선과 지원금 확대를 통해 용도 전환 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