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시점 현금 1280억 달러로 사상 최대 -대형 M&A 물건 못찾아...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설 뜻 시사
버핏 회장은 22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이 같은 뜻을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오마하의 현인’ 버핏은 이날 버크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양질의 회사를 적절한 가격에 현금으로 살 기회는 극히 드물었다”며 대형 기업 인수·합병(M&A) 없이 쌓여만 가는 현금을 자사주 매입에 적극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2019년 말 시점 버크셔의 현금은 전년보다 14% 증가한 1280억 달러(약 155조 원)로 사상 최대였다.
버크셔의 2019회계연도 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배 늘어난 814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에서는 2017년 12월 이후 시작되는 회계연도부터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주식의 평가손익을 당기순이익에 반영시키는 회계기준이 적용됐다. 이에 애플 등 거액의 상장주를 보유하고 있는 버크셔는 주가 동향에 손익이 좌우되기 쉬운 상황이다. 2018년도 4분기의 경우,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평가손이 순식간에 불어나 연간 순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2019년 4분기에는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그 반대 상황이 나타났다. 이에 버핏은 영업이익에 초점을 맞춰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버크셔는 보험과 철도, 전력회사 등 여러 사업회사를 산하에 두고 있어 거대한 ‘콩글로메리트(업종이 다른 이종기업끼리 결합한 복합기업)’에 가깝다. 미국 내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이 많아 미국 경기 확대의 혜택을 받는다. 북미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BNSF)를 주력으로 하는 철도사업의 2019년 순이익은 54억 달러로, 전년도보다 5% 늘었다.
버크셔의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인 현금의 사용처였다. 버핏은 이번 주주 서한에서 작년에 50억 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썼다고 밝혔다. 버핏은 그동안 대형 M&A를 노려왔는데, 기업 가치보다는 쟁탈전에 의한 가격 상승을 한탄했다. 이날 서한에서도 그는 “우리의 필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는 인수 기회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버핏은 자신의 은퇴 이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2018년에 승계 계획의 일환으로 그레그 아벨과 아지트 자인 두 사람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번에 그는 “버크셔는 나의 퇴진을 100% 준비하고 있다”며 머지않은 시점에 은퇴를 예고하는 동시에 자신이 떠나더라도 회사 경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5월 주주총회에서는 자인과 아벨이 더 많이 노출될 것”이라며 “그들은 한 인간으로서, 경영인으로서 뛰어나다. 주주들에게 더 많은 얘기를 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