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규모, 부채 포함 82억 달러 달해…세계 최대 철도업체 CRRC와 맞서기 위한 시도
프랑스 고속철도 테제베(TGV) 제조업체 알스톰이 캐나다 봄바르디에 산하 철도 사업부를 부채 포함 82억 달러(약 9조75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알스톰은 이날 성명에서 “최대 62억 유로(약 7조9800억 원)에 봄바르디에 철도 사업부인 ‘봄바르디에운송(Bombardier Transportation)’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부채까지 포함되면 인수 규모는 82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한편 봄바르디에운송 지분 32.5%를 보유한 캐나다 연기금 퀘벡주립예금보험투자공사(CDPQ)는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에 자체 투자금 7억 유로를 합쳐 알스톰 주식을 매입한다. 이에 CDPQ는 지분율 18%로 알스톰 최대 주주가 되는 것은 물론 이사회 자리 2석도 확보하게 된다고 WSJ는 설명했다.
봄바르디에는 이번 매각으로 현재 9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의 절반 이상을 상환할 수 있는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자사가 경쟁력을 갖춘 비즈니스 제트기 부문에 더욱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알스톰은 이번 인수를 통해 유럽시장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매머드 철도업체를 탄생시켜 세계 최대 철도장비 공급업체인 중궈중처(中國中車·CRRC)에 맞서려 한다. 이는 지난 2017년 독일 지멘스 철도차량 사업부 인수를 추진했지만 독점 우려에 따른 유럽연합(EU)의 반대로 ‘딜(Deal)’이 무산된 이후 두 번째 시도라고 WSJ는 전했다.
이번 인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경쟁 저하를 우려로 대형 인수·합병(M&A)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이다. 그는 과거 알스톰과 지멘스의 딜에 퇴짜를 놓아 세계 시장에서 중국 국영기업에 맞설 수 있는 유럽 철도업체 탄생을 원했던 정치인들을 격분시켰던 이력이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에는 EU가 인수안을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낙관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을 수장으로 하는 새 EU 집행위원회(EC)가 지난해 말 출범했는데 이들은 중국과의 경쟁, 미국과의 무역 갈등 등 이전과 다른 환경 속에서 유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베스타게르 자신도 “유럽의 글로벌 경쟁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여지를 좀 더 확보할 수 있도록 독점 조사에서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알스톰과 봄바르디에의 거래는 프랑스와 유럽, 캐나다에 좋은 뉴스”라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