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하다 감염되면 '산재 보상'?…정부 "질병" vs 법조계 '재해' 분분

입력 2020-02-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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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측 "개인 질병" 산재신청 해당 안 돼…법조계 판례 제시 "업무상 재해 해당"

▲중국 수도 베이징의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근로자 A씨는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출근한 후 기침, 발열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현재 국내외로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지하철에 감염자가 있어서 출근 도중 감염자를 통해 감염된 것이 산업재해(산재)라 판단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문의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 개인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사실상 산재보상이 안 된다는 얘기다.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은 A씨는 지인인 변호사 친구에게 물어보니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고 해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만약 이 같은 사례처럼 근로자가 출퇴근을 위해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 중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 경우 이를 산재로 인정해야 할지를 놓고 정부와 법조계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산재가 아닌 단순 질병으로 보는 반면에 법조계는 업무상 재해로 산재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산재 보상 담당 기관인 근로복지공단에 전달한 ‘신종 코로나 산재보상 업무처리 지침’은 근로자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와 같은 감염성 질병에 노출될 경우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보고, 산재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령 간호사인 B씨가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에 함께 동승한 이후 발열, 근육통이 발병했고, 진단 결과 확진 판정을 받으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해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근로자가 출퇴근 중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는 사례는 업무 도중 얻은 질병이 아니므로 산재 보상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견해다.

그러나 법조계는 다른 입장이다. 공동법률사무소인 일과사람은 출퇴근 중 신종 코로나 감염자 접촉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근로자 역시 업무상 재해(출퇴근 재해)로 볼 수 있어 산재 인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과사람에 따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는 △‘출퇴근 재해’를 사업주의 지배 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로 정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 ‘통상(경로와 방법으로)의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노동자를 보호해 주는 것이 산재보험의 생활보장적 성격에 부합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일과사람 최종연 대표 변호사는 “출퇴근 도중 신종 코로나 ‘감염인 접촉’ 자체를 교통사고와 같이 노동자가 의도하지 않은 ‘사고’로 볼 수 있으므로 신종 코로나 감염은 업무상의 재해로 판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감염인과의 접촉이 있었던 사실, 통상적인 경로 및 방법으로 출퇴근했다는 사실을 노동자가 입증해야 한다"면서 "접촉 여부는 질병관리본부의 감염조사를 통해서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심사 과정에서 출퇴근 외 다른 접촉기회의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출퇴근 도중 신종 코로나 감염 근로자에 대한 산재 인정을 놓고 정부와 법조계 간 의견이 분분하면서 향후 이런 사례가 발생하면 법적 분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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