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증된 치료법 없다” 경고에도 에이즈 치료제·한약 등 소문난 의약품 동나
아직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을 찾지 못했다는 중국 정부의 경고에도 새로운 치료제를 간절히 바라는 환자 가족들이 실험적인 치료법을 찾고자 온라인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들 환자가 가장 많이 찾는 약품 중 하나는 일부 바이러스가 복제해야 하는 효소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에이즈 바이러스(HIV) 치료제인 ‘칼레트라(Kaletra)’다. 이 약품은 미국 제약사 애브비(AbbVie)가 생산하고 있다.
지난달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우한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57세의 한 환자의 가족들이 바로 칼레트라를 절실하게 구하고 있다. 그의 아들은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모든 결과를 자신이 책임질 것이라며 약이 있으면 알려 달라고 읍소했다.
중국 의료진은 2002~2003년 지금의 바이러스와 유사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사투를 벌이면서 칼레트라가 효과를 봤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비교적 낙관적이다. 현재 중국에서 HIV 치료제와 독감약, 말라리아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10종 이상의 약물 실험이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달 말 중국의 한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병에 걸렸으나 칼레트라를 포함한 2종의 약을 먹고 열이 하루 만에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나서 환자들이 이 약을 구하기에 혈안이 됐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 없이 칼레트라와 같은 강력한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매우 비싼 서구 선진국의 최첨단 의약품을 확보하지 못해 온라인이나 암시장에서 저렴한 복제약 등을 구하는 일이 흔한 중국에서 환자들은 오·남용 위험을 개의치 않고 있다.
문제는 약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애브비는 지난달 약 200만 달러(약 24억 원) 상당의 칼레트라를 중국에 ‘실험 옵션’으로 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한 병원에서조차 이 약을 구하기는 어렵다. 한 우한 주민은 “남편이 병에 걸려 칼레트라를 요구했다”며 “그러나 의사들은 그 약은 엄격한 통제하에 있어 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WSJ에 “칼레트라 재고가 적어 중태인 환자만을 대상으로 약을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현재 많은 신종 코로나 환자들에게 비공식적인 루트가 유일한 선택이 되고 있다. 정저우시에 사는 한 HIV 보균자는 동료 환자들과 함께 약품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HIV 치료제가 효과가 있다는 보도에 남은 약을 기부해줄 것을 회원들에게 호소했으며 1주일간 환자 100명분의 약을 모아서 이를 무료로 배포했다.
알리바바그룹홀딩의 중고품 매매 앱인 ‘셴위’에서는 1개월분인 칼레트라 120정들이 상자를 1000~5000위안(약 17만~85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WSJ가 알리바바에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셴위 앱에서 해당 글이 삭제됐다.
중국 한방 감기약 중 하나인 ‘솽황롄(雙黃連)’을 놓고도 비슷한 쟁탈전이 벌어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 약이 신종 코로나 증식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도했기 때문. 다음 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광란을 진정시키고자 공식 웨이보 계정에 “이 약이 신종 코로나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게시했다. 그러나 이미 국내 재고는 품절된 상황이라고 WSJ는 전했다.
보건당국은 칼레트라 등 일반 의약품도 간에 부담을 주거나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