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정연설문 찢어발긴 美 하원의장…왜 그랬을까

입력 2020-02-0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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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외면한 트럼프vs연설문 찢은 펠로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회의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아래)으로부터 받았던 연설 원고를 찢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문을 갈가리 찢어발겼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미 의회 하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년 국정 연설에서는 탄핵을 둘러싸고 대립각에 섰던 펠로시 하원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불편한 만남’이 성사됐다.

이들이 마주한 것은 작년 10월 16일 미군 철수로 촉발된 터키의 시리아 침공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던 양당 지도부 간 회동 이후 4개월 만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하원의장에 “삼류 정치인”이라고 막말을 퍼부었고, 민주당 지도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등 깊은 갈등의 골을 고스란히 드러낸 바 있다.

이날도 여지없이 양측의 살벌한 기 싸움이 이어졌다. 먼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국정 연설을 하기 전 악수를 청한 펠로시 하원의장을 애써 못 본 척 외면했다. 사실상 악수를 거부당한 펠로시 하원의장은 재빨리 손을 거둬들여야 했다.

펠로시 하원의장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대통령 입장 시 관례적인 소개 문구인 “미국의 대통령을 소개하게 된 것은 크나큰 특권이자 특별한 영광”이라는 문구를 과감하게 생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그는 트럼프 대통령 뒷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무심한 태도를 보였다. 중간중간 공화당 의원들이 몇 차례 기립박수를 쳤으나,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여기까지는 ‘약과’였다. 하이라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연설이 끝나갈 때쯤 일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의 축복이 있기를”이라는 맺음말을 읽으면서 연설을 마무리하던 도중 펠로시 하원의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서 나눠줬던 국정연설문을 갈가리 찢어발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뒤를 쳐다보지 않은 채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자리를 떠났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악수를 외면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복수’의 차원일 수도 있겠지만, 법적 탄핵에는 실패했지만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그는 이날 반(反)트럼프를 상징하는 흰색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행사를 마친 뒤 연설문을 왜 찢었냐는 질문에 그는 “다른 대안을 고려했을 때, 이것이 정중한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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