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나선 중앙은행...중국도 통할까

입력 2020-02-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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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전경. 베이징/AP뉴시스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이 확산하면서 증시가 폭락하는 등 경제가 휘청이자 중국 당국이 서둘러 유동성 공급 조치를 내놨다. 그러나 중국의 긴급 자금 수혈에도 불구하고 이미 꺾여 버린 성장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3일(현지시간)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을 통해 시장에 총 1조2000억 위안(약 205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날 역RP를 통해 공급된 물량은 하루 기준으로 200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인민은행은 “신종 코로나 예방 및 통제가 필요한 시기에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 여파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적극 개입에 나선 것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가 6.1%에서 5.5%로 인하했고, 씨티는 올해 1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4.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은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은 화폐를 찍어 돈을 풀고 금리를 끌어 내려 경기 침체를 필사적으로 막았다. 중국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 발표도 이런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로 과거 연준과 ECB가 보여준 구원투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반적인 상황 자체가 판이하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이미 하락세에 접어든 상태에서 전염병 사태가 발생한 게 뼈아프다는 설명이다.

모하마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고문은 “그동안은 충격이 일시적이고 통제 가능하며 되돌릴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중앙은행의 유동성 투입이 잘 작동했던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 같은 전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에 적용하기 매우 어렵다”고 평가했다.

휴버트 드 바로체즈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도 “유동성 공급 조치만으로는 중국 경제를 성장 궤도에 올려놓기 역부족”이라면서 “여행 금지와 영업 중단 등으로 촉발된 경기 위축을 상쇄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염병 확산이 조기에 수습되고 상황이 정상화된다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인민은행은 올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할 것”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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