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도 특근 취소…극단적 원가절감이 부른 신종코로나 후폭풍

입력 2020-01-31 14:14수정 2020-01-31 14:2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협력사 1곳에 물량 몰아주며 단가인하 …‘유성기업 사태’ 교훈 사라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여파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 중인 가운데 국내 자동차 회사까지 생산 차질을 빚게 됐다.

과도한 원가절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정 부품사에 발주 물량을 몰아주고 단가를 낮춘 탓이다.

3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지엠은 신종 코로나로 인한 부품공급 부족으로 이번 주말 특근을 취소하기로 했다.

쌍용차에 전선을 공급해온 협력사 ‘레오니 와이어링시스템 코리아’ 역시 중국 옌타이(烟台) 공장 가동을 내달 9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쌍용차 역시 2월 초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 중이다.

앞서 중국 중앙정부가 해당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의 설 명절인 중국의 춘제(春節) 연휴를 내달 2일까지로 사흘 연장했다.

여기에 각 지방정부까지 연휴를 2월 9일까지 1주일 더 연장했다. 쌍용차의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옌타이시도 이 조치에 동참하면서 생산 중단이 예상보다 길어지게 됐다.

현재 쌍용차의 경우 내달 3일까지 사용할 물량의 재고만 남아 있는 상태. 대안이 없다면 당장 내달 4일부터 약 1주일 공장 전체가 휴업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다.

해당 협력사는 쌍용차는 물론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에도 와이어링을 공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역시 관련 부품을 중국에서 수급받는 중인 만큼, 재고를 파악하고 이에 따른 생산계획을 다시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 폐렴 여파가 국내 완성차 메이커 생산차질로 이어졌다. 관련 감염증 확산을 우려한 중국 중앙정부가 연휴를 연장하면서 협력사의 현지공장 역시 가동중단에 나선 상태다. 사진은 쌍용차 평택공장 티볼리 생산 라인의 모습. (사진제공=쌍용차)

◇협력사 파업ㆍ재난 등 대비해 분산 발주=자동차 회사들은 부품 협력사의 파업이나 재난 등으로 부품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한 가지 부품을 협력사 2~3곳에 발주하는 방식이다.

타이어가 대표적이다. 일부 차종의 경우 출고 시기에 따라 같은 타이어도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가 제각각 달려있다.

자동차 회사가 같은 사이즈의 타이어를 여러 곳에 분산 발주한 경우다. 이렇게 되면 하나의 타이어 회사가 파업해도 다른 타이어 회사의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반면 이번처럼 특정 부품을 하청사 1곳에 집중적으로 발주하는 행태가 여전히 남아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내수 및 글로벌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원가절감을 위해 협력사 1곳에 한 가지 부품 전부를 몰아주는 경우다. 주문 물량이 많아지는 만큼, 부품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이 방식으로 원가 절감은 가능하지만, 해당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 여파가 곧장 자동차 회사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2011년 유성기업 직장폐쇄로 인해 완성차 5사 모두 '셧다운' 위기에 몰렸다. 유성기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엔진 피스톤 '링'을 생산하는 부품협력사였다. 사진은 유성기업의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부품협력사 대표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피스톤 링 생산업체 문을 닫자 완성차 5사 차질=2011년 유성기업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국내 완성차 5사에 엔진 피스톤 ‘링’을 공급해왔다. 기본적으로 공급단가가 싼, 작은 ‘피스톤 링’을 생산하는 만큼 납품가격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필수적이다.

결국, 완성차 회사들은 이곳에 전체 물량을 몰아주면서 값싸게 피스톤 링을 공급받아왔다.

문제는 유성기업이 노사문제로 직장폐쇄를 단행하자 당시 완성차 회사 전체가 생산 중단에 빠졌다는 데 있다.

이런 문제에서는 △쌍용차 △르노삼성 △한국지엠(창원공장) 등이 더 취약하다.

소량생산의 경우, 또는 값싼 경차생산의 경우 부품가격을 낮출 방법이 많지 않다. 특정 부품 협력사에 물량을 집중해서 몰아주는 것 이외에 대안도 없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특정 협력사에 물량을 몰아줘도 대안이 존재한다.

예컨대 금호타이어는 최근 출시된 기아차 셀토스(광주공장 생산)에 신차용 타이어를 전량 공급 중이다. 이 경우 금호타이어가 파업 또는 재난으로 인해 공급할 수 없어도 대안이 남아있다.

만일 금호타이어가 파업하게 되면 같은 광주공장에서 생산 중인 기아차 쏘울의 타이어를 사용할 수 있다.

상황이 더 극단적으로 몰리면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생산 중인 ‘니로’ 타이어를 가져와 장착할 수도 있다. 셀토스와 쏘울, 니로는 특정 트림을 제외하고 타이어 규격이 동일하다.

이처럼 대량생산 메이커는 그나마 호환 부품이 많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존재한다.

반면 쌍용차와 르노삼성, 한국지엠 등은 이런 부품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곧장 생산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호환부품도 없고 생산량이 적은 만큼, '부품단가 인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메이커들이다.

▲한국지엠 역시 중국산 부품공급 차질 탓에 주말 특근을 취소했다. 사진은 한국지엠 부평공장. (뉴시스)

◇맹목적인 원가절감 대신 공급 안정화 수반해야=때문에 부품 전체공급 가격은 낮추면서 생산 차질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 완성차 메이커는 이를 대비해 철저하게 발주처를 2곳으로 두고 있다.

비핵심 부품의 경우 일정 수량을 값싸게 중국산을 들여오고, 나머지 물량은 일본 자국에서 생산한다.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한쪽에서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동시에 전체 부품공급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생산 물량이 많지 않은 경차 전문 메이커가 이런 방식을 고수 중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핵심 기술이 아닌, 단순 부품의 경우 더는 국내에서 원가를 절감할 수 없어 중국산을 들여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납품 기간 중 부품 협력사들이 인력(Man)과 장비(Machine), 재료(Material), 생산방법(Method) 등 이른바 4M으로 불리는 생산방법을 (중국으로) 변경신청을 하고 공급하는 때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