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는 증권사들의 TRS(총수익스와프) 계약 해지에서 촉발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TRS(Total Return Swap)는 기초자산(주식, 채권, 상품자산 등)의 신용위험과 시장위험을 모두 이전하는 신용파생상품이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레버리지(차입)를 일으킬 수 있어 운용사의 펀드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
자본시장법상 헤지펀드는 TRS를 통해 레버리지를 400%까지 일으킬 수 있다. 예를들어 TRS계약에 증거금율이 50% 였다면 증권사에 100억 원을 담보로 걸어놓고 200억 원 어치의 자산을 매입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증권사가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이 자금을 돌려주고 다른 자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를 겪을 경우 펀드 전체의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라임의 경우만 하더라도 안 좋은 소문이 퍼지자 증권사들은 투자자들보다 한발 빨리 움직였다. 일부 증권사는 증거금율을 100%로 올리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서자 라임은 환매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알펜루트 역시 그동안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한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등이 TRS 계약을 통해 지원한 자금 총 460억 원가량을 회수하겠다고 최근 통보하면서 비롯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으로 투자한 금액 일부에 대해서도 환매를 요청했다.
TRS 계약을 해지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 금액 비중을 줄이자는 얘기가 내부적으로 나와 자금 회수를 요청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보가 느릴 수 밖에 없는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들이 먼저 자금을 회수할 경우 그만큼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이 줄게 되므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라임의 경우만 하더라도 환매가 중단된 1조6000억여 원 전액을 회수하더라도 TRS 계약을 맺은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3곳이 67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먼저 가져가게 된다. 라임운용이 실사를 통해 부실 자산을 털어내면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가져가는 금액은 최저 3000억 원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이같은 사태가 연달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의 TRS 계약 해지가 이어질 경우 다른 운용사들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회사는 현재 19개 자산운용사에 대해 2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의 TRS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실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TRS 증권사의 책임 문제 등을 먼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을 준비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TRS 계약액을 먼저 가져가는 게 맞는지 검토중”이라며 “책임과 관련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