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쪼그라들었던 ‘홍콩 H지수(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시장이 최근 몸집을 다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우한 폐렴 등 악재가 발생하면서 반등하던 ELS 시장이 주춤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8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홍콩 H지수인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로 하는 ELS 발행액은 총 2조446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모 ELS가 2조462억 원, 사모가 4001억 원 규모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발행금액이 1조9685억 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4778억 원가량 늘어난 셈이다. 지수 상승으로 조기상환 금액이 증가하면서 이를 재투자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연초 이후 H지수를 기초자산에 포함하는 ELS 조기상환 금액은 5조4843억 원으로 전체 상환 금액(5조6343억 원)의 97.34%에 달했다.
최근 홍콩 증시가 상승한 결과다. 직전 거래일인 24일 홍콩 H지수는 1만976.19포인트로 3개월 전 대비 3.84%(406.37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1만1000선을 회복하는 등 증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우한 폐렴 등으로 홍콩을 비롯한 중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ELS 시장도 다시 위축할 수 있단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일(현지시간)에는 무디스가 홍콩 신용등급을 기존 Aa2에서 Aa3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확산 우려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앞서 대규모 민주화 요구 시위가 이어지면서 홍콩 경기의 하방 압력이 높아지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ELS 시장에서는 이를 조심스럽게 해석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조기상환 여부가 불투명할 수 있어 발행금액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우한 폐렴 등 악재가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지수가 ELS 시장에서 우려하는 손실 구간까지 하락할지는 알 수 없다”고 내다봤다.
또 박인금 연구원은 “홍콩 시장의 약 60%가 중국 본토 기업인 가운데, H지수는 모두 중국 블루칩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하다”며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질병 확산을 통제하라고 언급하는 등 사스(SARS) 때보다 정부의 대처가 빨라, 주식시장은 이를 단기적 악재로 인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