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에 정비사업 수익성 ‘뚝’…‘노후화→가격 하락→미개발→방치’ 악순환
전남 목포시 용해동 구용해아파트. 1975년에 지어져 올해로 입주 45년이 된 낡은 단지다. 그러나 재건축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재작년과 작년에 시공사 선정 입찰을 시도했지만 두 차례 모두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아파트는 낡을 대로 낡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재건축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방 노후 아파트 단지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려 해도 사업성이 워낙 낮다 보니 시공사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수주 경쟁도 치열하고 재건축 주택 가격이 구축보다 높은 서울과는 딴판이다.
지방 주택시장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인구 이탈, 지방 경기 침체 등 악순환의 시작은 지역마다 다르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비슷하다. 주택시장 노후화→가치(가격) 하락→미개발→방치 수순을 거친다. 다수의 지방 주택시장은 정책의 보호마저 받지 못하고 외면받기 일쑤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지은 지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은 308만4267호로 전년 대비 6.74% 늘었다. 이 가운데 67.7%(208만7699호)가 지방에 있다. 수도권(서울ㆍ경기ㆍ인천) 비중은 32.3%(99만6568호)에 불과하다.
해당 지역 주거용 건축물 가운데 30년 이상 된 건축물의 노후화 비율 역시 지방이 높다. ‘2018년 건축물 현황’ 통계를 보면 노후화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 신안군(59.2%)으로 나타났다. 노후화 비율이 50%를 넘는 곳 모두 지방(전남 진도군 57.9%ㆍ경북 울릉군 57.5%ㆍ경북 의성군 55.4% 등)이었다.
노후화에 비해 새로운 주택 수혈은 더디다. 2018년 기준으로 전국의 주거용 건축물 착공 동수는 8만1179동(연면적 3890만9000㎡)인데 이 가운데 광역시(부산ㆍ대구ㆍ광주ㆍ대전ㆍ울산)ㆍ세종특별자치시는 6425동(연면적 668만7000㎡)으로 전체 7.9%에 불과했다.
새 단장이 늦어지다 보니 주택 몸값도 정체돼 있다. KB부동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의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집값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하는 값)은 1억4919만 원(작년 12월 기준)으로 10년 전(2009년 12월) 9173만 원보다 불과 5746만 원 올랐다. 그 사이 서울의 아파트 중위매맷값은 5억1177만 원에서 8억9751만 원으로 3억 원 이상 올랐다.
아파트 정비사업은 분양 수익으로 사업성을 평가받는다. 분양 수익은 높은 분양가격을 통해서 거둘 수 있는데, 분양가는 일반적으로 해당 지역의 시세 수준에서 판가름 난다. 결국 주택이 노후화된 지방 주택의 시세가 낮다 보니 분양가격도 높게 책정되지 않고, 수익 올리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사업자 입장에서는 지방 주택 정비사업을 외면하는 것이다.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을 보면 작년 12월 기준으로 5대 광역시 및 세종시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1228만 원으로 집계됐다. 서울(2625만 원)의 절반 수준이다. 광역시를 벗어나면 분양가는 더 낮아진다. 강원ㆍ충북ㆍ충남ㆍ전북ㆍ전남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1000만 원을 밑돈다.
전문가들은 지방 재건축 시장 침체 문제를 해소하려면 지자체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정비사업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주택 예산 확충과 수익성 보존 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지방 산업 육성을 통해 주택 수요를 늘리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국고 지원을 해서라도 지방 주택 노후화 해결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기보다 기존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지방 정비사업과 연관 짓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는 주택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역의 먹거리, 자족 기능을 어떻게 조성해야 할지 근본적인 부분을 논의해야 한다”며 ”자생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업지에는 사업 효율성 등을 고려해 장기대출상품으로 금융 지원을 해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