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간이식 받아 건강 회복
1999년 첫 번째 소아 간이식 이후 100번째 18세 미만 소아 간이식이다. 이번 수술은 새해 첫 소아 간이식이자 14번째 혈액형 부적합 소아 간이식이다.
지난해 3월 3.4kg의 정상 체중으로 태어난 석준서 군은 지속된 황달 증상을 겪고 담도 폐쇄증을 진단받았다. 간문부와 소장을 직접 연결해 간경변증이 진행되는 것을 막는 카사이 수술을 받게 됐다. 그러나 간경변증이 진행되고 담도염으로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간부전이 임박해 A형 혈액형인 석준서 군은 지난 2일 B형인 모친의 간을 이식받았다.
혈액형이 다른 간이식은 현재 생체 기증자를 이용한 간이식에만 가능하다. 먼저 이식 후 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도록 탈감작요법(Desensitization)을 시행해 다른 혈액형의 간을 이식받았을 때 간을 공격할 수 있는 항체를 걸러낸다(혈장교환술, Plasma exchange). 또 항체가 생기지 않도록 약물(Rituximab)을 주입해 이식 후 부작용을 줄인다.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수술은 준비 과정 자체도 복잡하지만 소아의 경우 성인에 비해 이식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소아는 성인과 달리 예방접종이 충분하지 않아 감염에 취약하고, 수술 전후 사용할 수 있는 약도 제한적이다. 수술 부위가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이식 후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성인보다 높고, 성인의 간을 이식 받을 때도 크기 차이로 이식이 힘들 수 있다.
석 군은 간이식 수술 후 복수가 조절되면서 몸무게는 8.5kg에서 7.5kg으로 돌아왔고 빌리루빈 수치도 7.8 mg/dL 에서 0.2 mg/dL로 회복됐다. 치료가 끝난 아이는 건강을 회복해 21일 퇴원했다. 아이에게 간의 왼쪽 일부를 공여한 엄마 역시 건강을 되찾았다.
최근에는 과거 이식을 받지 못했던 면역학적 고위험 환자들도 장기 이식 수술에 성공하고 있다. 성인뿐 아니라 소아 이식 수술 건수도 10년전 연평균 3~5례 정도였으나 최근 연평균 12례 가량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전국 소아 간이식 수술의 20~30% 가량을 차지한다.
인경 교수는 “어려운 수술이었지만 환아가 잘 견뎌주었고 무엇보다 간이식을 위한 모친의 체중감량 등 환자와 보호자의 노력과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며 “최근에는 혈액형이 달라도 성인 간이식 수술뿐 아니라 소아 간이식 수술 역시 가능하고 수술 결과도 점점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