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승진자 반도체 호황 때보다 많아…반도체 협력사 인센티브 역대 최대 지급
삼성전자가 어려울수록 더 공격적인 경영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만의 ‘초격차’ 비결은 한발 앞선 투자와 리스크 관리로 꼽힌다. 예상을 깨고 잘 나갈 때 허리띠를 조이고, 힘들 때 곳간을 열어젖히는 ‘엇박자’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경영의 모델인 혁신DNA다.
삼성전자는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두드러진 점은 승진 숫자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4명을 사장 승진자로 발탁했다. 또 부사장 14명, 전무 42명, 상무 88명 등 총 162명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이는 반도체 호황기를 누렸던 2018년 말 인사 때보다 늘어난 규모다. 삼성전자는 2018년 12월에 단행한 2019년도 정기인사에서 부회장 1명, 사장 1명을 승진시키는 데 그쳤다. 임원은 총 158명이 승진했다.
특히, 반도체 호황을 이어가던 2019년 정기인사에서 승진시킨 임원 숫자는 최근 5년이래 최소규모다. 삼성전자는 2016년 294명, 2018년 221명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국정농단 사태로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있었던 2017년 정기인사에서는 사업부문별로 소폭 인사가 단행된 바 있다.
반도체 호황기에는 인사 규모를 대폭 줄이고, 반도체 침체기에는 인사 규모를 늘리는 엇박자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삼성은 반도체 협력사에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반도체 호황이 꺾였음에도 역대 최대 규모로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설 명절을 앞두고 반도체 협력사 271개사 임직원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총 417억4000만 원 규모의 2019년 하반기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이번 하반기 인센티브는 2010년 제도를 시행한 이래 최대 규모의 금액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7조71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전년(58조8900억 원)의 반토막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꺾이면서 삼성 내부에서는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도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례적으로 협력사에 역대 최대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위기 때마다 투자와 혁신, 인재 영입으로 ‘초격차’를 유지해 왔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1983년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사업에 진출했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신경영’ 시대를 열었다. 특히, 핸드폰 사업이 커질 당시 임직원들을 모아놓고 자체 생산한 핸드폰 불량품을 불태우며 품질을 강조했다. 이후 삼성은 글로벌 핸드폰 시장에서 우뚝 섰다. 반도체 시장 경쟁이 과열될 때에는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성공을 일군 원동력은 항상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무장한 끊임없는 혁신이었다”며 “강력한 오너십의 빠른 의사결정,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 제품과 서비스의 세계화 전략으로 다각화와 전문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시너지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