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뛰고 대형건설사도 '눈독'... "이참에 고급 브랜브로 바꿔"
재건축ㆍ재개발 등 주택 정비사업지에서 ‘시공사 갈아타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시공사 교체 움직임이 하루 이틀된 일은 아니지만 최근 집값 상승세를 타고 재개발ㆍ재건축 조합들이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를 달기 위해 기존 시공사와 계약을 파기하는 일이 더 잦아지는 분위기다.
결별의 이유는 사업장마다 제각각이지만 대형건설사로 시공사를 바꿔 정비사업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속내가 담겨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견해다.
최근 대전 서구 도마ㆍ변동 1구역 재개발 조합은 시공사 금성백조주택 측에 시공사 선정 취소와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조합은 18일 임시총회를 열어 시공사 계약 해지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그 사이 조합원 간 갈등이 깊어지고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지면서 결국 총회는 무산됐다. 금성백조주택은 시공사 지위를 지키기 위해 사업 관련 사항을 전반적으로 재협의키로 하고 갈등을 봉합했다. 건설사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다.
일부 조합원이 금성백조주택의 시공사 교체 카드를 꺼내든 사유는 ‘브랜드 약소’였다. 대전 집값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금성백조주택이 가진 ‘예미지’의 브랜드 파워가 집값을 더 밀어올리기엔 미약하다는 이유가 깔려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13구역 재개발 조합도 기존 시공사인 라인건설과 결별하며 이달 초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다. HDC현대산업개발만 재입찰에 참여하면서 경쟁입찰이 무산돼 결국 유찰됐지만 조합은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시공사를 뽑을 예정이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들의 찬반 투표 총회는 내달 열릴 예정이다.
공사비 575억 원 규모의 서울 성북구 보문동 보문5구역 재개발 사업장 역시 지난달 호반건설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HDC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았다. 2016년 중흥토건을 시공사로 선정한 부산 범천1-1구역 역시 올해 시공사를 다시 선정할 계획이다.
시공사 교체는 하루 이틀 새 발생한 낯선 풍경은 아니다. 정비사업장 시공사로 선정된다고 해도 분양을 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그 과정에서 사업비 증액, 마감재 등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 이견이 발생하고 최악의 경우 시공사를 바꾸면서 법적 다툼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정부가 최근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공사 교체 바람이 더 잦아지는 분위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조합원 이주비 대출 규제 등 정부가 정비사업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면서 일감이 부족해진 대형건설사들이 과거엔 들여다 보지 않았던 사업장까지 눈독을 들이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시공사 선택권을 가진 조합들이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강한 대형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를 내걸어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비사업 특성상 수년 동안 사업이 진행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호황과 불황, 정부의 각종 정책의 영향을 다양하게 받고 이로 인해 여러 문제가 나타난다”면서 “더 나은 브랜드를 내걸어 일반분양가를 높이고 향후 집값도 띄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대형건설사가 조합을 뒤에서 설득해 시공사를 갈아치우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중견건설사들 입장에선 수년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버리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극히 드물지만 대형건설사의 입김으로 조합이 갈아타기에 나서는 경우도 있고, 조합 집행부가 바뀌면서 이전 집행부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시공사 교체 카드를 꺼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특히 정부의 규제 강도가 강해지고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업비를 증액하는 문제가 불거지거나 지금처럼 물량 가뭄으로 수주 경쟁이 심화되면 시공사 교체는 더 빈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