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리먼 인수위해 KIC 참여의사 타진 '들통'

입력 2008-09-17 21:52수정 2008-09-1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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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욱 사장 "리먼 관계자들 방문해 인수가능성 점검"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 산업은행이 파산 신청을 한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위해 한국투자공사(KIC)에 참여 의사를 타진해 왔고 리먼브라더스 관계자들도 KIC를 방문해 인수 가능성을 점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은이 리먼을 무리하게 인수했을 경우 우리나라가 제 2의 IMF 사태를 겪을 뻔했다는 우려와 산은 민유성 행장의 강한 인수 의지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리먼의 스톡옵션과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과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확인된 사실이다.

한화 손해보험 부회장 등을 거쳐 지난 7월 말 취임한 진영욱 KIC 사장은 17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말문을 열었다.

진 사장은 "리먼은 6월 KIC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사장으로 취임한 후 기록을 읽어 봤다. 리먼은 지분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지 참여를 공식 요청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 민유성 산업은행 민유성 총장은 취임 후에 만났다”고 표명했다.

진 사장은 “리먼 브러더스가 KIC를 방문한 것은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5월이었다. 취임한 뒤 기록을 읽어봤고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지 참여를 공식 요청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다 지난 얘기”라고 덧붙였다.

진 사장은 민유성 산은 행장과 만남 및 현재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업무 분장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민 행장이 찾아와서 이런거 하자 저런거 하자고 가져왔다. 그런데 KIC는 메릴린치에 20억달러라는 지분 투자로 너무 많이 해놓아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곳에서 KIC를 무조건 끼어넣으려고 하고 있지만 명단에 올라와 있는 기관들을 보면 다 금융위 산하고 우리만 재정부 산하다. 이런 것을 보면 요즘 재정부는 참 힘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산은의 리먼 인수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리먼 서울지점 대표 출신인 민유성 총재가 취임한 지난 6월초였다.

이후 산은의 리먼의 지분 50%를 인수하려다 지분 25%를 60억 달러, 우리 돈으로 6조 원에 사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정부가 부실채권에 대해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산은은 지난 10일 결국 인수를 공식 포기했다. 리먼이 파산보호 신청을 한 날은 15일 불과 5일 전이었다.

산은이 리먼을 인수하려고 한 것은 민영화를 앞두고 글로벌 IB 장기적인 성장 비전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또 여기에는 실제 민행장이 6만여주의 리먼브러더스 스톡옵션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그가 차익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민 행장 본인은“스톡옵션이 있지만 리먼 인수협상에 나설때 산업은행 이사회에 인수가 확정되면 스톡옵션을 모두 포기 하겠다고 구두로 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이사회는 모두 녹취가 돼 있어 포기한 거와 다름 없다”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진 사장은 KIC가 보유하고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된 메릴린치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도 다음과 같이 밝혔다.

KIC는 메릴린치 지분에 전체 10%에 상당하는 20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진 사장은 “BOA가 주당 29달러에 사기로 했다는 얘기도 있고 메릴린치 주식 1주당 BOA주식 0.8595주로 교환하기로 했는데 어느조건으로 교환하게 될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BOA와 접촉이 없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BOA에서 연락이 오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KIC가 명목상 메릴린치의 4대 주주이지만 2위는 펀드라서 적극적인 의사결정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3대 주주”라면서 “하지만 메릴린치 이사회는 1대 주주인 테마섹한테도 얘기를 하지 않고 매각을 결정했다. 이사회에서 정한 뒤에 주총서 승인을 받고 추인을 받는 형식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사장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에 대해 “우리나라에 국제금융 전문가가 없고 누군가 맞히더라도 우연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투자은행(IB) 시대가 끝났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선 “모두 트렌드가 있는 것이며, BOA도 20년 전 어려웠고 중남미 외채로 망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지금은 상업은행(CB)의 시대라고 하는데 언젠가 다시 IB의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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