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호봉제 탈피‘ 시동 걸었지만…기업 확산 ‘글쎄’

입력 2020-01-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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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 도입 확산 추진…노동계 “공무원부터 먼저 해라” 반발

▲고용노동부 (이투데이DB)

정부가 13일 여전히 호봉제 위주로 돼 있는 국내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을 돕기 위한 매뉴얼을 제시했다.

근속연수 중심의 호봉제에서 벗어나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매뉴얼을 통해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도입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매뉴얼이 강제성이 없는 자율 지침이라는 점과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뤄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금체계 개편은 호봉제와 같이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인상되는 연공급을 직무 특성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두는 직무급과 업무 능력을 기준으로 하는 직능급 등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중 직무급의 경우 근속 연수가 아니라 직무의 난이도, 업무 강도, 책임 정도, 기술 수준 등을 기준으로 기본급을 결정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 등에서 운영 중이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가장 부합하는 임금체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고려한 매뉴얼에는 임금구성을 단순화하는 것부터 다양한 유형의 임금체계 개편 방법·사례, 직무가치에 기반한 인사관리체계 도입을 위한 직무분석·평가 방법, 새롭게 개발한 제조업 범용 직무평가도구 활용방법 등이 담겼다.

특히 정부는 기업들이 매뉴얼을 활용해 임금체계 개편에 나설 경우 복잡한 임금 구조의 단순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자의 전문성이 강화될 것이란 판단이다.

이처럼 정부가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를 원하는 것은 노동자의 고령화와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현시대에서는 호봉제 임금체계가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도 호봉제 임금체계로 인해 근속 기간이 긴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 호봉제 중심의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확대됐다. 기업의 청년 채용 여력 감소 역시 호봉제 영향이 크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러한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많은 기업이 연공급의 한계를 인식하고 직무·능력 등에 기반한 임금체계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노·사 자율적인 임금의 연공성 완화와 함께 직무·능력에 기반한 공정한 임금체계 확산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매뉴얼을 통해 직무·능력 중심 인사관리체계 도입이 현장에 확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매뉴얼은 노사의 자율적 결정에 따른 변화를 강조하고 있어서다.

이중 노동계는 이번 매뉴얼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정한 임금체계 개편의 전제인 대등한 노사관계와 노동자 대표제도의 미비함에 대한 개선책이 제시되지 않아 오히려 사용자 주도의 임금삭감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새로운 임금체계가 전면 도입될 경우 소득 및 임금불평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며 "이번 정부안은 호봉제 운영비율이 높은 대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에 초점을 맞추는 듯하나 오히려 노동조합이 조직되지 않거나 대항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 제조·서비스업 사업장에 우선적으로 활용돼 기업규모 간 임금수준 격차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무원부터 먼저 직무·능력 임금체계를 시범 실시한 후 민간 사업체로의 확산을 유도하는 것이 추진 절차상 바람직할 것"이라며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임금의 연공성이 가장 심한 곳이 민간 제조업 대공장이 아니라 공무원 집단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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