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아랍의 봄’에 기름 부은 트럼프

입력 2020-01-06 15:54수정 2020-01-0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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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조직 ‘쿠드스군’ 실세가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하면서 중동 지역에서 반미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2011년 중동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 이후 불안정해진 중동의 혼란에 미국이 기름을 부었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에 의해 살해된 이란 군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애도하기 위해 수많은 시민이 몰린 아흐바즈. AP연합뉴스
CNN에 따르면 주말 사이 이란 시아파 성지인 잠카란의 이슬람 사원에는 붉은 깃발이 내걸렸다. 이는 ‘살해당한 사람의 원수를 갚는다’라는 의미로, 이란에서 영웅시되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미군이 공습으로 살해한 데 대한 보복 다짐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란은 미국에 대해 ‘가혹한 보복’을 예고했고, 실제로 주말 동안 이라크 바그다드 그린존 내 미국 대사관 부근에 여러 차례의 보복 공격이 있었다. 미국 대사관에서 1km 떨어진 공원에 박격포탄 두 발이 떨어졌고, 바그다드에서 80km 떨어진 알발라드 미군기지에는 로켓포 세 발이 날아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막기 위해서다”라며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살해를 정당화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트럼프의 판단이 시아파의 분노에 불을 붙이고, 중동의 분단에 기름을 부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란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40년 전 ‘이슬람 혁명’ 때를 방불케 한다고 했다. 3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살해된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유해가 5일 이란 남서부 아흐바즈에 도착하자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도 가득 찼다. 바그다드와 이라크 중부 카르발라, 이란 중부 콤 등지에서도 자신의 가슴과 머리를 두드리며 슬픔을 표현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들 도시는 모두 시아파 지도자들과 친족의 무덤이 있는 성지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솔레이마니 살해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지만 아직까지 대대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애도 기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아파에게는 이 시간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상중 침묵이 분노의 에너지를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 해인 1978년 아흐바즈 인근 마을에서 일어난 영화관 습격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지지를 받은 왕정에 대한 반발 시위는 애도 기간인 40일간 급속도로 확대해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이슬람 세계의 다수파인 수니파에 대해, 소수파인 시아파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마호메트)의 손자인 이맘 후세인 이븐 알리가 수니파에 항거하다 일가족과 학살된 카르발라 사건을 잊지 않고 있다.

바그다드에서 카르발라, 아흐바즈, 그리고 콤까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은 시아파의 ‘성지 로드’가 도화선이 돼 반미 감정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란 정부는 솔레이마니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최대한 이용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핵합의 탈퇴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우라늄 농축을 무제한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은 2015년 서방 세계와 맺은 핵합의를 사실상 폐기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평가다.

2011년 ‘아랍의 봄’은 중동 지역의 독재자들을 축출하는 계기가 됐지만,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개입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이라크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소탕에 나서는 사이, 이란이 이라크 내에서 세력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앞으로 이라크가 미국과 이란이 우발적으로 충돌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4일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 근처에 미사일이 떨어진 것과 공군 기지에 미사일이 날아든 것도 이란의 보복의 일환. 이런 공격으로 미군 희생자가 나오면 트럼프 정권은 또 대이란 보복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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