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호황’ 미국 경제에 대한 경고...커지는 ‘미국의 일본화’ 가능성

입력 2020-01-0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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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P500 지수와 일본 닛케이 225지수 추이. 출처 WSJ

지난해 ‘나홀로 호황’을 누린 미국이 일본의 과거를 곱씹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이란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S&P500 지수가 지난 30년간 80% 상승했다면서 시장 분위기로는 당분간 증시 하락은 없을 것 같아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1989년 12월 29일 일본 닛케이지수가 3만8915.87을 찍고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하며 미국의 ‘일본화’를 경고했다.

WSJ는 미국과 일본이 닮아가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미국의 ‘일본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이 일본처럼 인구 고령화, 일부 기술기업 집중화 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제로 혹은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도 ‘일본화’의 근거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조지프 아마토 누버거 버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구통계학적 역풍을 맞고 있는 선진국들은 일본이 지난 수십 년간 겪은 일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불가피한 미래”라고 전망했다.

이렇듯 ‘일본화’돼 가는 세계에서 주식과 채권 수익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닐 드웨인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경제 성장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면서 “다만 미래 성장 능력이 점차 도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미국은 인구통계학적으로 고령화의 직격탄에서 아직은 빗겨나 있다. 미국은 늙어가는 국가 순위에서 61위를 차지해 2위에 오른 일본에 비해서는 젊은 축에 속한다. 또 미국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률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미 국채금리는 작년 사상 최저치에 근접했고, 지난해 기업 실적은 몇 분기에 걸친 세금 인하를 통해 겨우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생산성은 2007~2018년 연율 1.3%로 2000~2007년의 2.7%에서 낮아졌다.

WSJ는 저성장의 늪이라는 ‘일본화’를 경계하면서 일본이 걸어온 길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마이너스 금리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성장에 시달린 일본을 비롯해 유럽, 스위스 등 많은 나라가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채택했다. 저성장이 굳어질 경우,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통화정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스 올젠 피듀시어리 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마이너스 금리가 경기를 부양하기보다는 시간이 갈수록 경제의 좀비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날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이면에 내재해 있는 ‘일본화’의 어두운 그림자를 경고하고 있다. 구조개혁 등을 통해 저성장의 파고를 넘어서지 못할 경우, 미국의 일본화는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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