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 수출이 5424억1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0.3% 줄었다고 1일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13.9%) 이후 10년 만의 두 자릿수 하락이다. 작년 12월 수출도 457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해, 2018년 12월 이후 13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대외 여건이 어느 때보다 좋지 않았던 탓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16.0% 급락했고, 반도체 업황 악화의 타격이 가장 컸다. 반도체 수출액은 25.9%나 줄었다. 여기에 유가 하락,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 규제,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수출을 더욱 어렵게 했다. 산업부는 전체적으로 줄어든 625억 달러 가운데, 반도체 단가 하락의 영향이 328억 달러로 절반을 넘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감소분이 107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산업부는 올해는 수출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수출액 감소폭은 컸지만 물량이 0.3% 늘었고, 최대 악재였던 미·중 무역분쟁의 1단계 합의에 따른 대중 수출 회복과 글로벌 경기 호전으로 여건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특히 반도체 업황이 바닥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나타낼 것에 대한 기대가 높다. 올해 작년보다 3% 증가한 5600억 달러 안팎의 수출을 예상하고 있다.
크게 부진했던 지난해의 기저효과가 작용하는데도 최대 실적을 올렸던 2018년의 6049억 달러보다 큰 폭의 후퇴다. 대외 지향적인 한국 경제의 버팀목은 수출이고, 그 경쟁력의 획기적인 개선 없이 지속 성장을 기약하기 어려운 것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 지난해의 두 자릿수 수출 감소는, 중국 시장과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수출구조와 경제체질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수출 추락은 곧 경제활력의 상실을 뜻한다.
수출은 우리 경제의 실력 그 자체다. 수출이 무너지면 경제의 기반이 흔들리고 성장도 후퇴할 수밖에 없다. 수출 위기는 한국 경제의 위기인 것이다. 정부는 무역금융 확대, 수출마케팅 지원, 시장 다변화, 유망품목 육성 등 늘상 하는 대책만 내놓는다. 근시안적이고 실효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산업과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구조개혁이다. 반도체 이후 새로운 선도산업이 보이지 않는 현실의 극복과, 노사 대립으로 인한 고질적 문제인 고비용·저생산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하지만 한계에 부딪혀 있다. 수출 주역인 기업들은 과거의 창의와 도전에서 멀어지고 있다. 공장을 더 세우고 해외시장을 한 곳이라도 더 개척하겠다는 의욕을 잃었다. 규제와 노동개혁으로 기업부터 살리지 않으면 경제의 미래도 없다는 문제제기, 지금도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달라지는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