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 공룡들, 일본서 ‘자진납세’...각국 디지털세 부과 선제 대응

입력 2019-12-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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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IT 기업들의 일본 세금 부담 비율.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미국 IT 공룡들이 일본에서 ‘자진 납세’에 나서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마존닷컴의 일본법인은 2018년 4분기에 약 150억 엔(약 1600억 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2014년 12월 결산 공고 당시 일본법인 2곳의 법인세가 총 11억 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아마존의 일본 사업 매출이 2014년 약 79억 달러(약 9조 원)에서 2018년 138억 달러로 70%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납세액의 급증이 두드러진다.

아마존의 납세액 증가는 일종의 ‘자진 납세’격이다. 이전에는 일본법인의 수익을 미국 본사로 잡아 납세액을 줄였는데, 일본 인터넷 사업 계약 주체를 미국 본사에서 일본법인으로 변경하면서 세금 증가를 떠안았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2019년 4월부터 주력인 광고 사업에 대해 일본법인이 현지 기업들과 계약을 맺기로 하면서 일본법인의 수입과 납세액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전에 일본 기업 대부분은 구글 싱가포르 법인과 계약을 맺어왔다.

페이스북의 일본법인도 세금 정책을 재검토 중이다. 지금까지는 일본 등 미국 이외 지역의 매출을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법인으로 잡았다. 하지만 페이스북 본사는 앞으로 각국에서 세금을 납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동안 IT 공룡들은 각국에 공장을 두지 않는 인터넷 사업 특성을 이용해, 세율이 낮은 국가로 수익을 돌리는 방식으로 세금을 낮춰 왔다. 그 결과, 일본 상장 기업의 세전 이익 대비 세금 부담 비율이 올해 3분기 평균 28%인데 반해 미국 IT 공룡들은 10%대에 불과했다.

IT 공룡들의 이런 세금 부과 방식을 두고 국제사회에서 ‘조세 포탈’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와 주요 20개국(G20)은 다국적 기업의 조세 포탈을 문제 삼아 ‘국제 과세 규칙 정비 보고서’를 펴냈다. G20은 내년까지 ‘디지털 과세’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기로 했으며, 프랑스 등은 독자적으로 과세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거세지자, IT 기업들은 국제 규정이 엄격해지지 않게 자발적인 납세 등의 방식으로 협력에 나서면서 자체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는 평가다. 아마존은 지난 9월 영국에서 납세액을 공개했다. 영국의 사업 규모는 일본과 비슷하지만, 2018년 납세액은 2억2000만 파운드(약 3342억 원)였다.

다만, 일본에서의 납세액이 증가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국세청 출신의 야마카와 히로키 세무사는 “데이터 분석 기술 사용료 등으로 미국 본사에 지불하는 금액이 많아져 납세액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조치로 미국 법인세율은 해외 자회사의 수익 이전이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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