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근 금융부 기자
다윗(키코 피해 기업)과 골리앗(키코 판매 은행)의 길고 긴 싸움이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직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 은행들이 키코 분쟁조정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뒤로는 ‘배임’이라는 프레임을 앞세워 배상에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키코 사태가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인 10년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배상하면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이라는 주장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배상금 규모도 부담이다. 분쟁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4개 기업에 대한 배상 금액(255억 원)에 더해 나머지 피해 기업 145곳과도 자율 조정을 거쳐 2000억 원(추정치)을 배상해야 한다.
금감원은 은행과 자율협의체를 만들어 의견 조율에 나서고 있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도 별도의 협상팀을 꾸려 은행권과 자율조정에 나선 상태다. 키코 공대위는 1조 원 이상 되는 금융 피해자 연대 참여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은행이 분조위 결정을 수용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다.
금감원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은행의 배임 프레임에 대해 “(분쟁조정안이)은행에는 금전 손실이지만 반면 이를 해결하는 것은 은행 평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상대방은 고객”이라며 “이는 경영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고, 배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1월 중에 키코 첫 분쟁조정 배상이 진행된다. 금감원이 지난 6월과 10월과 11월 세 차례에 걸쳐 분조위 개최를 약속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피해 배상안만큼은 일사천리로 마무리돼 피해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재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