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민언련 종북’ 발언 명예훼손 아냐”…승소 취지 파기환송

입력 2019-12-30 06: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이투데이 DB)

종합편성채널 채널A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한 패널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을 ‘종북세력’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민언련이 채널A와 조영환 종북좌익척결단 대표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등 소송 상고심에서 민언련 손을 들어줬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조 대표는 2013년 5월 채널A 시사프로그램 ‘김광현의 탕탕평평’에 출연해 “종북좌익 단체들은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연방제 통일론이라는 일관된 사상을 가지고 있다”며 “민언련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언론을 공격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선동했다”고 발언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아마 민언련은 종북세력의 선전ㆍ선동 수단이 아니었는가 하고 국민으로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씨가 발언하는 동안 이 프로그램은 민언련을 한국진보연대ㆍ전교조ㆍ통합진보당ㆍ우리법연구회와 함께 ‘종북세력 5인방’으로 지칭하는 등의 자막을 내보냈다.

이에 민언련은 “허위 주장으로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이들을 상대로 정정보도 및 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이 사건 방송에서 ‘종북’이라는 용어는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함으로써 김일성 등 북한 지도세력을 추종하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 또는 그러한 성향’이란 의미로 사용됐다고 볼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 대표의 발언은 다소 과정되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해 허위라고 볼 수 없다”며 “또 민언련 활동 중 일부는 방송에서 표현된 ‘종북’ 활동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으나 결과적으로 반국가단체인 북한에 이익이 되거나 그 주장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부분도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1심은 “피고들이 방송에서 사실을 적시해 민언련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고,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으로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도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은 “조 대표가 방송에서 민언련이 북한 정권의 외교방침을 추종하거나 그들의 이해관계를 철저하게 대변하는 의미의 종북세력이라고 하면서 말한 근거가 우리나라 안보를 해치는 선전ㆍ선동을 지속했다고 한 것은 민언련의 주장 취지나 의미를 제대로 나타내지 않아 부정확 또는 불완전한 근거 사실을 제시한 것이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조 대표 등의 발언은 나름의 몇가지 사정에 근거해 민언련이 그동안 취해 온 행보나 정치적 입장 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기 보다는 의견의 표명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