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고 중국으로③] '연태=고량주' 공식 잊어라

입력 2019-1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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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포도주박물관 외관. 김소희 기자 ksh@
중국의 옌타이(연태)를 말하면 대개 ‘고량주’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고량주 어땠어?’란 물음으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표한다. 한국인에겐 ‘연태 고량주’는 제법 친숙한 이름이 됐다.

하나 더 기억해야 할 공식이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이너리가 옌타이에 있다. 옌타이는 ‘중국의 보르도’라고 불린다. 해양성 기후인 데다 물이 잘 빠지는 토양 그리고 햇빛도 충분해 프랑스 보르도의 기후를 닮았다. 위도도 비슷해 유럽의 포도 품종을 심기 적합하다.

옌타이는 청나라 때부터 관청에 포도주를 빚어 납품했다고 한다. 중국인에게 연태를 대표하는 술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포도주라고 답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옌타이는 프랑스 보르도와 기후, 위도가 비슷하다. 거대한 와인병 사진. 김소희 기자 ksh@

옌타이의 포도주를 맛보기 위해 ‘장유 포도주 박물관’을 방문했다. 정식 명칭은 장유주(酒)문화박물관으로, 1892년 장필사(張弼士)가 중국 최초 현대식 포도주 회사인 장유양주회사를 옌타이에 설립했다. 지금은 포도주, 샴페인, 브랜디, 건강주 등을 만들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포도주 제조사인 장유기업의 옛 사옥 정원 내에 위치한 포도주 박물관은 과거 술을 빚을 때 사용하던 오크통부터 제조시설까지 구비하고 있었다. 옌타이에만 이만한 공장 11개를 갖고 있다고 하니 ‘옌타이는 고량주’라고 말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지우고 싶었다.

▲옌타이엔 11개의 장유포도주공장이 있다. 김소희 기자 ksh@

공장은 유럽풍으로 지어졌다. 깊이가 7m에 이르는 지하 저장소에선 전 세계로 와인을 공급했던 대왕 술통부터 특정 빈티지들을 담아 숙성시키는 숙성조까지 두루 구경할 수 있다.

▲거대한 술통들을 보관하고 있는 지하저장소. 김소희 기자 ksh@

이곳의 술은 한국에 수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시음하니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감칠맛이 덜한 듯했다. 가이드 역시 “입맛이 안 맞아서”라고 설명했다.

입장료는 50위안(한화 약 8300원)이다. 40위안(6640원)만 더 내면 이곳의 브랜디를 예쁜 통에 포장까지 해 담아갈 수 있다. 술잔에 받다 손등으로 살짝 넘친 술을 훔치듯 맛봤다. 42도라고 해서일까. 왠지 취한 기분이 들었다.

▲관광객들이 40위안을 내고 브랜디를 받아 포장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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