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희 유통바이오부 기자
실제로 장애인들에게 가장 흔한 질환이 치은염·치주염인 데다 장애인 구강검진율은 22.2%(2015년)로 비장애인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치과 치료를 받으러 갈 때마다 심호흡을 해야 한다고 고충을 호소한다. 장애 자녀들이 치과에 대한 공포로 소리를 지르거나 말이 안 통해서, 또는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는 등 변수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이에 이들의 구강진료를 전담하는 서울대치과병원(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 운영)은 빅데이터 플랫폼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사업 계획을 구축했다. 장애인들의 진료기록, 구강관리 현황 등 다양한 데이터와 면역 저하 및 항암 후 환자 구강관리 등에 대한 전문치료를 빅데이터에 포함시켜 종합 관리하면 정밀치의료, 개인맞춤형 치과치료가 가능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지난해 기재부 예산심의에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은 장애인 구강관리 기초 데이터 확보가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탈락했다. 이 때문에 병원은 이들을 위한 발전된 의료 환경 조성에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정체돼 있다. 서울대치과병원의 한 교수는 “의사소통의 어려움, 발작 등 장애별 유형이 다양해 이에 대한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처방이 마련돼야 한다”며 “소중한 자원이 누적된 임상정보들의 데이터 취합을 서둘러야 할 시점에 정체 상태인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모든 병원 환경이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 기반 기술에 따라 변해가는 시점이다. 빅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장애인 환자 및 희소난치성 환자의 구강보건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치의학 진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중증장애인 구강건강의 형평성과 삶의 질을 위한 병원의 노력에 관심을 갖고 응답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