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메이저 배터리 공급업체, 미국 ITC서 치열한 소송전…전기차 생산 차질 물론 트럼프 정권의 중국 대응책에도 영향
양사의 분쟁 영향으로 테슬라와 경쟁하는 자동차업체들의 전기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도 수천 명에 달하는 자국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일 수 있고 중국 대응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를 무대로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핵심 인력을 빼내 영업 기밀을 훔쳤으며 이를 이용해 대규모 자동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이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확보한 계약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이 폭스바겐과의 배터리 공급 계약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직원 몇 명을 고용하고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은 것은 인정하지만 그 정보가 영업 기밀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증거 인멸 등 법정모욕 혐의에 대해서도 관련 문서 모두는 미국에서의 소송 절차가 시작되기 전 파기돼 죄를 추궁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WSJ는 ITC 조사팀이 LG화학 측의 주장을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사팀은 11월 말 “SK이노베이션의 증거 인멸 행위는 ‘결석판결(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원고 주장대로 판결)’을 가능하게 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만일 이런 판단이 최종적으로 이어지면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자동차용 배터리 미국 수입을 금지하게 할 수 있다. 또 16억7000만 달러(약 2조 원)를 들여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 신설한 공장에 필요한 배터리 부품 수입도 금지될 가능성이 있다.
포드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포드는 자사 베스트셀러인 픽업 트럭 F-150의 전기자동차 버전 배터리를 SK이노베이션 신공장에서 조달하기를 원하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안건은 최종적으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까지 갈 수 있다. 그는 정책적 이유로 ITC 조치를 무효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실제로 2011년 당시 USTR 대표는 ITC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에 승리, 아이폰과 아이패드 일부 기종 판매 금지 결정이 내려지자 이를 뒤집었다.
트럼프 정부가 SK이노베이션에 관대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올해 3월 SK이노베이션이 연 신공장 기공식에는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공화당 소속의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 주지사가 참석했다. 새 공장은 2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트럼프는 전기차에 대해 확실하게 지지하지는 않지만, 정부 관리 대부분은 중국의 글로벌 배터리 산업 지배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10월 배터리 소재를 수입산에 의존하는 것이 현재 직면한 도전과제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