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8.3억달러 흑자..반도체부진 등에 수출 11개월째 감소..외인 주식자금 3개월째 유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다만 유가급락에 따른 수입 감소폭이 큰 탓으로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실제 수출은 반도체 부진과 글로벌 교역량 감소 등에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반면,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는 각각 중국인 관광객(유커) 증가와 배당수입 증가 등에 개선세를 이어갔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3개월째 자금을 뺐다. 이는 지난해 연말 이래 가장 길게 자금을 빼간 것이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10월 국제수지 잠정’ 자료에 따르면 10월 경상수지는 78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5월 이후 6개월 연속 흑자이며, 작년 10월(94억7000만 달러) 이후 흑자폭이 가장 큰 것이다.
부문별로 보면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80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105억2000만 달러) 대비 축소됐다. 수출은 491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74억8000만 달러)보다 14.5% 줄었다. 이는 11개월째 감소세다. 수입은 410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469억6000만 달러) 대비 12.5% 감소했다.
수출은 글로벌 교역량과 제조업 위축, 반도체(전년 동월비 -34.0%)와 석유제품(-20.7%), 화공품(-13.6%), 철강(-12.8%) 등 주요 수출품목 단가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고, 수입은 유가하락에 따른 원자재 감소 등이 영향을 줬다. 실제 원유도입단가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를 보면 9월 평균 배럴당 61.13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0.8% 감소했다. 이는 3년 2개월 만에 가장 크게 줄어든 것이다. 통상 두바이유가 국제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한 달 정도 선행한다. 10월 평균 두바이유도 25.2% 급감한 59.39달러를 기록함에 따라 수입 감소세는 11월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통관기준으로 보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8% 감소한 467억4000만 달러를 보였다. 반도체(전년 동월 대비 -32.1%)와 석유제품(-26.2%)을 중심으로 감소한 반면, 정보통신기기(27.1%)와 선박(23.4%) 등은 증가했다.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14.6% 줄어든 414억 달러를 보였다. 원자재(-19.9%), 자본재(-11.6%), 소비재(-3.2%) 모두 줄었다.
반면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는 17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20억6000만 달러 적자)보다 축소됐다. 통관수입 물동량 감소로 운송수지(전년 동월 -2억1000만 달러 → -4000만 달러)가, 유커와 동남아인을 중심으로 입국자수가 증가해 여행수지(-8억5000만 달러 → -8억2000만 달러)가 각각 적자폭을 줄였기 때문이다.
10월 입국자수는 166만 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8.4% 늘었다. 반면 출국자수는 8.3% 감소한 215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일본행 출국자수는 노재팬(NO JAPAN) 영향으로 65.5% 급감한 20만 명에 그쳤다.
본원소득수지 흑자폭도 전년 동월 14억1000만 달러에서 18억3000만 달러로 확대됐다. 국내 기업과 투자기관의 해외 배당금 수입이 증가한 때문이다.
박동준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경상수지에서 상품수지는 줄고, 서비스·본원소득·이전수지는 개선되는 추세가 1년 내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달은 유가하락에 수입 감소폭이 큰 게 특징”이라며 “한은의 연간전망치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11월 말 전망에서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기존 590억 달러에서 570억 달러로 낮춰 잡은 바 있다. 다만 올 들어 10월까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500억 달러에 육박한 496억7000만 달러라는 점에 비춰 직전 전망규모(590억 달러)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계정은 102억4000만 달러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그만큼 해외에서 국내에 투자한 자금보다, 국내에서 해외에 투자한 자금이 많다는 의미다.
특히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는 6억6000만 달러로 2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채권투자인 부채성증권은 12억6000만 달러로 6개월 연속 늘었다. 반면 주식투자자금은 6억 달러 감소해 석 달 연속 자금을 뺐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 이래 최장 유출 기록이다. 채권투자는 국내기관이 해외에서 발행한 코리안페이퍼(KP물)를 중심으로 늘어난 반면, 주식투자는 미중 무역갈등에 따라 신흥국 펀드자금이 유출되면서 감소했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