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까지 1.3만가구 집들이에도 전셋값 상승세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에 아파트 입주 폭탄이 쏟아지는데도 전세시장은 굳건하기만 하다. 내년 초까지 1만3000가구가 줄줄이 집들이하는데도 우려했던 역전세난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 전셋값도 하락한다는 공식은 이곳 고덕지구에선 통하지 않는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청약 대기수요 증가와 인근 지역 대규모 입주를 통한 학습효과까지 더해진 게 전셋값 안정 효과를 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 0.07% 상승했다. 4주 동안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전셋값은 지난달 28일 보합으로 돌아선 뒤 2주 연속 뛰었다.
강동구 암사동 일대 대단지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한 데다 4932가구 규모의 ‘고덕 그라시움’ 아파트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고덕동 전셋값이 유지되고 있는 영향이라는 게 감정원 측 설명이다.
고덕동에는 당분간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더 쏟아진다. 내달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1859가구)와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1745가구)가 입주에 나서고, ‘고덕 아르테온’(4066가구)도 내년 초 입주를 앞두고 있다. 현재 입주를 진행 중인 고덕 그라시움까지 더하면 내년 초까지 입주 물량은 1만3000여 가구에 달한다.
현재 고덕 그라시움 전용면적 84㎡전세는 5억2000만~6억4000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용 59㎡의 전세 시세는 4억~4억5000만 원대다. 두 주택형 모두 지난달 전세가격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한 지역에 신축 단지가 들어서면 전셋값은 하락한다. 신축 아파트 조성으로 입주 물량이 많아지면서 가격을 끌어내려 전세가격을 안정화시킨다는 건 공식으로 여겨질 만큼 일반적인 현상이다.
실제 지난해 경기도에서는 새 아파트 공급이 많았던 지역들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일제히 하락했다. 김포시(-1.09%)를 비롯해 파주(-4.86%)ㆍ하남(-1.67%)ㆍ오산(-4.44%)ㆍ안성(-11.51%)ㆍ용인(-1.73%)ㆍ안산(-10.44%)ㆍ시흥(-2.89%)ㆍ평택(-8.11%)ㆍ화성시(-2.44%) 등이 대표적이다. 김포시와 하남시를 제외하면 이들 지역의 하락폭은 같은 기간 경기도 전체 평균 하락폭(-1.44%)을 크게 넘어섰다.
이들 10개 지역의 입주 물량은 11만9068가구로 지난해 경기도 전체 입주 물량(16만8267가구) 중 무려 71%를 차지했다.
특히 하남시의 경우 인근 강동구와 송파구 전셋값까지 끌어내릴 만큼 입주 물량 여파가 컸다. 지난해 서울에서 전셋값이 하락한 곳은 송파구(-0.16%)와 강동구(-1.04%) 두 곳뿐이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작년 경기지역 전셋값 하락은 입주 물량과 비례했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경기 남부권이 새 아파트 입주 폭탄으로 전셋값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과잉으로 전셋값이 급락한 게 경기도만의 현상은 아니다. 서울에서도 2008년 송파구 잠실 일대 재건축 아파트들이 무더기 입주를 하면서 역전세난이 일어나 전셋값이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고덕동에서 무더기 입주가 진행되는데도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건 양도세 감면 정책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17년 8ㆍ2 부동산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 내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2년 이상 실거주’로 바뀌면서 자가(自家) 입주율이 높아져 전세물량이 예상보다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강동구는 학군이 나쁘지 않지만 강남구만큼 학군 수요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지역도 아니다”라며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채우는 실거주자와 인근 강동ㆍ송파구 재건축 이주수요가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전셋값이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대기수요와 지난해 송파구 ‘송파 헬리오시티’ 입주로 인한 학습효과가 강동구 전셋값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고덕동 D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대규모 입주가 진행됐던 헬리오시티가 역전세난을 일으키지 않았던 것에 대한 학습효과가 작용하는 면도 있을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에 청약하려는 대기수요와 새 집 선호현상으로 전세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전세 안정 효과를 내지 못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