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0원선 사수 고강도 개입에 환율 급등락
최근 원ㆍ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환율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사흘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1090선을 위협했다. 정부의 지속적인 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의 상승 압력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형국이다.
◆두 달간 300억달러 매도 추정
지난달 중순 이후 다시 급등세를 타기 시작한 환율은 26일 1080원선을 넘어 급기야 1090원선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다급해진 정부는 이날 구두개입과 함께 고강도 매도매입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이날 기획재정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해 우려하고 있어 시장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구두개입했다.
이후 실제로 정부는 고강도 매도 개입에 나서면서 환율은 1080원대로 내려앉았다. 시장에서는 이날 정부의 매도개입 규모를 약 10억달러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예정에 없던 긴급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지난 6~7월 중 외국인의 채권 순매도가 증가한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오는 9월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일시에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특히 "오는 9월 만기 도래되는 외국인보유 채권은 67억달러로 당초 파악했던 84억달러보다 적다"며 위기설을 일축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시장에 쏠림현상이 있을 때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면서 향후에도 시장 상황에 따라 개입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환율방어 '실탄' 충분한가
정부가 환율방어에 적극 나선다해도 '실탄'이 얼마나 충분한 지가 문제다.
8월 초 한은이 발표한 지난 7월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475억2000만달러로 전월말의 2581억달러에 비해 105억8000만달러 감소한 상황이다.
지난달 들어 정부가 매도 개입을 지속적으로 단행한 것과 유로 및 엔화 표시 자산 평가손 등을 감안하면 현재 외환보유액은 적어도 100억달러 정도가 줄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실제 외환당국은 환율이 상승세를 탔던 이달 중순 이후 꾸준히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 더구나 지난 7월에도 약 200억달러 규모를 매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외환당국으로서도 지속적인 개입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은 국제기획팀 하근철 차장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세계 6위 수준"이라면서 "실탄은 충분하고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른바 환율방어로 인해 외환보유고가 감소할 수는 있겠지만, 예상보다는 감소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율개입 "해외자본 먹잇감 될수도"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환율개입에 금융시장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개입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외환시장에 오히려 큰 혼란을 줄 수 있으며, 특히 외환보유액을 풀어 환율방어에 나서는 것은 자칫 외국자본에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외환시장 규모가 상당히 커졌기 때문에 정부가 시장개입으로 거둘 수 있는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며 "현재 환율이 오르는 것은 근본적으로 수급문제에 기초한 것이어서 정부의 개입이 한계에 다달했을 때 시장은 더 큰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정부 및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팔아 환율을 내리려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것"이라며 "잘못하면 해외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고 제2의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정부가 심리적인 저항선으로 인식되고 있는 1100원선에 대한 사수 의지가 분명한 가운데 정부의 개입 효과가 얼마나 크게 미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