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대국 미국, 자유무역 질서 수호시대 끝났다...“트럼프 떠나도 마찬가지”

입력 2019-10-27 13:51수정 2019-10-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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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와 유로화. 로이터연합뉴스

관세 전쟁으로 세계 무역의 판을 뒤흔들어 놓은 미국이 국제 통상 패권을 장악한 시대가 끝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는 27일(현지시간) 발간한 ‘세계 경제가 새 리더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통상·통화 정책을 진단하고 대응책을 모색했다.

보고서는 우선,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국제 무역과 통화 시스템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 시스템에서 글로벌 경제는 보호주의를 해체하고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최근 이 체제가 역사상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 배경으로 통상과 통화 부문에서 추구하는 가치의 충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축통화국으로 전 세계에 달러를 공급하면서 틀어쥔 통화 패권을 지키려면 경상수지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통상 부문의 패권을 위해서는 적자를 용납할 수 없다. 이 둘 사이의 모순이 미국을 딜레마에 빠뜨렸다는 평가다.

더욱이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글로벌 무역 시스템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고조됐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WTO 가입 후에도 중국이 정교한 개입 수단을 통해 자유무역 질서를 해치는데도 오직 국제무역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WTO에 불신이 커졌다는 것이다.

딜레마와 불만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결국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쪽을 택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예컨대, 트럼프 행정부는 WTO 항소기구의 판사 임명을 거부해 항소기구의 기능을 위협했다. 또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중 하나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아예 폐기했다.

보고서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다자무역 체제에 대한 불만을 극단으로 몰고 갔지만 그 이전 행정부부터 불만이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출범할 미국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보다) 덜할지는 몰라도 미국이 과거 역할을 재개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대안을 모색했다. 우선, 국제 무역 질서에 관심이 있는 각국 정부가 연합체를 결성해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자 무역 체제에 대한 신뢰와 리더십을 재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중국 같은 국가를 자유무역 합의 틀로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술 탈취, 사이버 안보 위협 같은 자유무역 방해 요소도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고서는 통화 부문에서는 미국이 앞으로도 통제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러 개의 기축통화로 다극 체제를 운용하자는 주장이 있으나 달러화는 네트워크 효과로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달러화를 대체하려는 중국이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오랜 욕구가 힘을 받았으나 이들의 통화는 내부 약점 때문에 더 광범위한 역할을 할 수 없다”면서 “이들 국가들의 통화체제에 대한 이해 및 정치력 부족 탓에 통화 패권 대체는 실현 가능성보다 수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다만 채텀하우스는 미국 정부가 변덕스러운 정책을 이어간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달러화가 언젠가는 현재의 지위를 상실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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