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단위별 정책 차별화 당연… 지자체 주택시장 관리 전문성 높여야”
올해로 13년째 주택 연구를 해 온 김덕례<사진>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최근 서울 주택시장에서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이상 과열 현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요새 서울 주택시장에는 ‘거래 감소-가격 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거래가 늘어야 가격이 오른다는 통상적인 인식과 상반된 흐름이다. 김 실장은 “수요자들의 생각이 다양해진 걸 비추어 보면 과거엔 접할 수 없었던 상황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주택산업연구원에서 만난 김 실장은 “지난 2014년 무렵에 전셋값은 오르는데 매매값은 떨어지는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 주택시장이 구조적으로 변했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주택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달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이 변천하는 만큼 주택 정책을 펼치는 방식도 세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 정부에서 총괄해 지자체에 전달하는 ‘톱다운(하향식)’이 아닌 지자체가 지역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그 의견을 취합하는 ‘보텀업(상향식)’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 주택시장 상황이 강원권, 경상권, 전라권과 같을 수 없다”며 “적어도 광역 단위의 주택 정책은 지역마다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 정책의 지방 분권화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나서서 지역민이 대출을 원하는지, 주거보조비를 원하는지 등 니즈를 파악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지자체가 주택시장 관리 전문성을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주택의 품질을 판단하고 관리하는 방법, 노후주택 개보수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며 “중앙정부에서 정책이란 퍼즐판을 만들면 지자체가 퍼즐 조각을 가져오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나서 민간 주택시장 맞춤형 정책을 정착시켜야 공공에서 추진하는 주택 정책 역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현재는 주거 복지가 소득 취약계층에 집중돼 있는데 취약계층 이외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소득계층을 위한 주거 안정화 방안도 필요하다”며 “소득 계층별로 공공의 관리 방법이 각각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득계층을 대상으로는 필요하다면 더 많은 세금을 거둬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실장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한 만큼 주택법 등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주택 정책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였던 노무현 정부 때 나온 정책이라 3만 달러 시대와는 맞지 않는다”며 “3만 달러 시대를 지내는 국민의 주택에 대한 인식은 ‘이제 더 좋은 집을 갖고 싶다’로 변화하는데 이 상황에서 예전 정책을 펼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3년에 개정된 주택법으로는 드론, 전기차, 자율주행차, 수소차 등에 대한 공간계획을 못 한다”며 “적어도 주택법이 생긴 지 20년이 되는 2023년에는 대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