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에 청약 대기수요 급증…일산도 전셋값 하락폭 줄어
이들 지역은 정부가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3기 신도시가 조성된다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가을철 이사수요가 몰리는 때에 3기 신도시 청약의 거주 요건을 채우려는 대기수요가 가세하면서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과천시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주 1.33% 올랐다. 14주 연속 상승세다. 지난달에만 전셋값이 2.03% 뛰었다.
하남시도 13주째 전셋값이 상승 중이다. 지난 주에는 0.57%오르며 최근 3주 연속 상승폭이 커졌다.
킨텍스 일대 대단지들의 입주로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던 일산신도시도 지난 8월 말부터 하락폭을 줄이고 있다. 지난 주에는 일산동구와 일산서구 모두 0.01% 하락하는데 그쳤다. 인근 덕양구는 0.05%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이 덕분에 고양시 전체 전셋값은 48주만에 0.02% 반등했다.
실제 과천시 별양동 주공4단지는 준공 36년차 노후 아파트인데도 전용면적 74㎡가 지난달 4억8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 6월 4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바로 옆 래미안슈르 전용 85㎡는 지난달 7억8000만원에서 이달 8억3000만원으로 전셋값이 한 달 새 5000만원 올랐다.
하남시 역시 4억2000만~4억3000만원이었던 전용 96㎡짜리 아파트가 지난달 4억8000만원에 전세 거래돼 3개월 사이 6000만원까지 올랐다. 일산에서는 지난 6월 1억7000만~1억7500만원에 거래되던 호수마을 대우아파트 전용 54㎡가 지난달 1억8200만원으로 소폭 올랐다.
과천과 하남, 일산은 3기 신도시 예정지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예정지로 내놓은 5곳에는 하남 교산, 과천의 과천지구, 고양 창릉 등이 포함됐다.
신규 분양아파트의 1순위 청약을 위해서는 1년 이상의 거주 요건을 채워야 해 이들 지역에서 전세로 거주하면서 청약 당첨을 노려보려는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하남 교산과 고양 창릉신도시에는 각각 3만2000가구, 3만8000가구가 공급된다. 과천지구 공급 규모는 약 7000가구다.
3기 신도지 중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과천 과천지구 등은 조만간 지구지정 절차에 들어가고 이후 지구계획 수립, 토지보상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실제 분양은 2022년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양 창릉은 내년에야 지구지정 절차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보여 공급 시기는 더 늦어질 전망이다.
과천 별양동 일대 한 공인중개사는 “기존 세입자들이 전세 재계약을 많이 하는 데다 전세 물건이 나오기라도 하면 바로 계약이 이뤄져 물량이 거의 없다”며 “전세를 찾는 세입자들 중 청약을 노리고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 역시 과천 전셋값의 강세에 대해 “청약 대기수요에다 가을철 이사수요가 가세하면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과천의 경우 과천지식정보타운의 분양이 분양가 책정 문제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이 전셋값 상승의 또다른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식정보타운 분양을 눈여겨본 수요자들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인식에 뒤늦게 대기수요로 들어와 청약 요건을 채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과천 전셋값 오름폭은 지난 7월 0.36%를 보였지만, 8월에는 2.2%로 크게 뛰었다. 이 시기는 지식정보타운 첫 분양 단지가 분양가 책정 문제로 내년 분양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 나돌 때였다.
일산신도시 역시 3기 신도시 여파와 함께 낮은 전세금으로 인한 기존 임차인의 재계약과 대규모 병원 개원 등이 전셋값을 밀어올리고 있다.
일산 호수공원 일대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킨텍스 주변 입주 물량이 점차 줄고 있고, 전셋값 하락으로 기존 임차인들이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여기에 가을철 이사수요와 연내 개원을 앞둔 차병원 등의 영향으로 지난 8월부터 물량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3기 신도시로 인한 영향은 일부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1순위 청약 요건을 채우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하면 되는데 3기 신도시 아파트 공급까지는 빨라야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금부터 미리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