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세대’의 비극…고용시장 ‘40대 잔혹사’ 20년째 악순환

입력 2019-10-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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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 중기··비정규직으로 시작…경기 타는 제조·도소매업 40대 많아

우리 경제의 허리인 40대가 취업시장에선 취약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고용시장 여건이 최악이던 시기 ‘눈높이를 낮춰’ 경제활동을 시작한 것이 두고두고 족쇄가 돼 40대 잔혹사’는 20년째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실업자, 최소 4만3000명= 13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와 통계청에 따르면, 8월 4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이하 동일) 12만7000명 감소했다. 인구 감소 폭(-11만 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실업자는 1만9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감소는 비임금근로자에 집중됐다. 8월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주는 8만1000명, 개인자영업자는 3만2000명 각각 줄었다.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 총 비임금근로자는 13만6000명 감소했다. 40대 비임금근로자는 4월(-10만6000명)부터 5개월째 10만 명 이상 감소세다.

비임금근로자 감소분의 일부는 임금근로자로 전환됐지만, 나머지는 실업자가 됐다.

고용률(8월 78.5%)이 유지된다고 하면 인구가 11만 명 줄 때 취업자는 8만6000명, 실업자는 2만4000명 각각 줄어야 한다. 그런데 임금근로자는 9000명 늘고, 실업자도 1만9000명 증가했다. 임금근로자와 실업자 증가분이 모두 기존 비임금근로자였다고 가정하면, 실업자가 된 비임금근로자는 4만3000명이 된다. 임금근로자에서 실업자로 전환됐던 인구가 고용시장 회복이나 산업 간 이동으로 다시 임금근로자가 된 것이라면 실업자가 된 비임금근로자는 그만큼 늘어난다.

최근 제조업 취업자 회복세를 감안하면 비임금근로자 중 실업자로 전환된 인구는 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자료=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

◇편의점 왕국의 몰락과 40대 실업난 = 40대 자영업자 감소는 편의점, 이동통신 대리점, 주유소, 의류점 등 소매업에서 두드러졌다. 특히 편의점 업종에서 주로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40대 자영업자는 소매업 쪽에서 많이 줄고 있는데, 편의점의 경우 창업자본이 상대적으로 소규모라 창업이 쏠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소득주도성장 특위에서 ‘인구변화를 감안한 연령대별 고용동향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임일섭 박사도 “40대 취업자는 건설업, 도소매업, 운수·창고업, 숙박·음식업 쪽에서 감소했다”며 “전체 취업자의 산업별 증감만 보면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쪽에서 자영업자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매업에서 40대 자영업자가 급감한 배경은 업종 과밀과 내수 위축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소속 우원식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수는 2008년 1만2000개에서 지난해 4만900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점포 5개 중 1개는 일 매출이 150만 원으로 영업이익 적자인 ‘저(低)매출 구간’에 속한다. 소비 증가율은 둔화하는 데 반해 점포가 필요 이상으로 늘어난 탓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40대가 가장 많이 분포한 산업이 제조업, 도소매업인데 두 산업은 경기에 취약하다”며 “이미 1년 넘게 마이너스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갈 곳은 소자본 창업뿐…IMF 세대의 비극 = 40대는 ‘동네북’ 신세다. 제조업이 어려울 땐 임금근로자가 급감했다. 최근엔 제조업 경기가 회복되고 취업자의 산업 간 이동이 이뤄지면서 임금근로자가 증가하니 소매업 포화와 소비 둔화에 자영업자들이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임금근로자는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고, 자영업자는 창업비용이 낮은 편의점 등에 쏠리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정부는 40대 취업난의 원인 중 하나로 40대의 특수한 고용구조를 꼽는다. 40대 중·후반이 본격적으로 고용시장에 뛰어들었던 2000년 전후는 외환위기(1997년)의 여파가 남아있던 시기였다. 1998~1999년 실업률은 각각 7.0%, 6.3%에 달했다. 신규 채용은커녕 있던 일자리도 사라지는 상황에 구직자들은 근로조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30대가 된 뒤엔 고용시장이 회복됐으나 20대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결국 근로조건과 고용안정성이 열악한 일자리에 머물면서 경기가 부진할 때마다 실업자가 되거나, 경기 의존성이 크고 수익률이 떨어지더라도 투자비용이 적은 창업에 몰리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40대 초반과 후반의 고용지표는 상이하다. 8월 40~44세는 인구가 7만7000명 줄었음에도 취업자는 4만6000명 주는 데 그쳤다. 반면 45~49세는 취업자 감소 폭(-8만1000명)이 인구 감소 폭(-6만4000명)을 웃돌았다. 지난해 8월에도 45~49세는 인구가 2만3000명 늘었지만, 취업자는 4만9000명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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