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재도전은 세상을 보는 다른 관점의 이동

입력 2019-10-09 13:10수정 2019-11-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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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협동조합 지원 과정에 한부모 가장인 어머니가 장애인 아들과 함께 나와 지원을 읍소했는데, 한 심사위원이 장애인 아들을 팔고 있다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결국은 지원에서 배제됐다고 한다.

1년 정도 경력직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사람으로부터 이 얘기를 전해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로, 저 사람이 정부 돈을 빼내가려는 사기꾼일까 아닐까를 먼저 판단해야 하는 공무원의 시각에서 창업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씁쓸했다. 지원금과 관련이 없었다면, 혼자서 장애인 아들을 데리고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울지는 명약관화한 사실일텐데 말이다.

재도전과 직접 관련된 정기적인 포럼이나 모임 등에서조차 재도전 기업가에 대한 비슷한 관점의 차이를 확인하곤 한다. 기업가 스스로 자초한 실패에 왜 세금을 쏟아부어야 하냐는 따가운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돈으로 도와달라는 게 아니라 제도를 바꿔 달라는 건데, 제도가 바뀌는 속도는 너무나 느리기 때문이다.

법조계나 세무등에서 아무리 전문가라도 사업의 경험이 없는 경우 깨끗하게 폐업을 할 수 없고 정리가 되지 않는 경우를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을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차명으로 사업하는 걸 무슨 범죄자 찾듯 하는 경우를 보는데, 부도 초기에는 도저히 상환의 여력이 안돼서 여동생의 이름으로 다시 사업을 하게 된 어느 기업가 대표. 컨설팅이 전공이었기 때문에 정부 기관 위탁 사업을 맡기 위해 공무원을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을 할때마다 회사의 실제 대표가 누구인지를 살피는 듯한 질문에 모골이 송연해진다고 한다.

10년이 지나 이제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아 자신의 채권에 대해 알아봤더니 빚이 팔리고 팔려서 정확한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다시 대표를 맡을 경우 어디서 잘못 청구된 빚인지도 모른채 압류부터 들어올지 몰라 여전히 여동생 이름으로 사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 사람은 그럼 범죄자인가. 빚의 1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으로 채권이 대부업체로 넘어갈 때 차라리 채무자 본인에게 그 가격으로 본인의 채권을 사 가게 할 수는 없는가.

사업 실패 후 아는 후배에게 대표를 맡기게 된 어느 기업가는, 잘못하다간 회사의 실권이 다 그 후배에게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아 회사 이사로 등재를 했더니 예전 채권 보증기관이 이를 알고 그 대표를 실제 대표로 간주, 유망했던 그 기업은 모든 정부 지원에서 배제돼 결국 다시 회사는 문을 닫게 되었다.

세금 문제가 있으면 회생이나 파산 신청이 되지 않듯이 본인 앞으로 된 재산이 있으면 회생 및 파산 면책 신청을 할 수 없다.

갑자기 회사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서 폐업을 하게 되었는데 자신 앞으로 되어 있던 종가 묘 재산 가치 때문에 종가 묘를 팔 수도 없고, 회생도 파산도 하지 못해 평생 비정규직으로만 일해야 하는 대표도 있다. 통장 압류 상태를 해제하거나 새로운 압류를 방지할 수가 없기 때문에 통장으로 급여를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 지정 식품 명인이었던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명인 인증을 반납하고자 하였지만 명인 인증은 국가에 반납이 되지 않아, 명인 인증시 지자체 지원으로 설립한 공장을 팔 수 도 없어 부모님의 빚만 물려받게 된 사례도 있다.

최근 만나게 된 한 여성 대표. 남편을 신혼 초에 사별하고 혼자서 억척스레 사업을 하면서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었는데 IMF 여파로 사업이 실패하게 돼 결국 아들 명의로 다시 다른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장은 빚을 갚기가 쉽지 않아 사업으로 다시 돈을 벌어 빚을 갚고자 했지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고 그런 20년의 기간 동안 아들은 점점 말수가 적어졌고 업무에서 실수가 잦아졌다고 한다.

무슨 정신적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상담을 부탁받고 만난 아들. “저는 우리 나라에서 정상적으로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 “제가 대표로서의 보증으로 인해 신용이 많이 하락했고, 세금이 좀 밀려 해외도 못나갈 것 같아서요“

그 아들이 선 보증은 법인 카드 천만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어머니가 사업 실패 직후 겪었던 온갖 빚 독촉과, 일이 생겨 해외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저지당한 걸 본 충격이 트라우마로 자리잡은 듯 했다. 그 트라우마의 무게만큼 암울한 자신의 미래에 희망을 잃고 매사 집중이 될 수 없었던 것 같았다.

아들이 대표로서 받을 부담을 생각해 어머니가 무척 노력하고 있고, 그 정도의 금액은 얼마든지 헤쳐 나갈 수 있는 최소 부채 규모인 것 같다는 얘기에 그 아들은 좀 안심하는 둣 했다.

위의 사례들에서 보듯 내가 만난 대부분의 중소기업가들은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고자 노력했고 자신이 준 피해가 있다면 끝까지 해결하려는 의지가 명확했다.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가지고 누구에게 어떤 피해를 끼치려고 사업을 시작한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회 곳곳에서 다시 재기할려고 몸부림치는 이들을 그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을 달리 해볼 수 있을 때, 장애인 아들과 고군분투하는 한부모 여성 가장의 읍소를 불순한 의도라며 내치는 게 아니라, 장애인 아들과 할 수 있는 창업의 판을 오히려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세계 행복지수 1위인 핀란드가 어떻게 국가 경쟁력 1위 국가가 되었는지 알아 보면,모든 교육 과정이 무상인 핀란드는, 약자로 사는 삶을 가르친다고 한다. 약자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열린 마음은 서로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고 열린 마음은 갈등 지수를 낮춰 투명한 사회를 만든다. 낮은 갈등 지수와 투명성은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큰 비결이고, 어릴 때부터 배운 열린 마음은 핀란드 곳곳에서 끊임없이 추진되는 혁신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핀란드에서 찾은 우리의 미래 강충경 저 발췌)

양 갈래로 갈라져 끊임없이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지금의 사태에 무겁게 생각해봐야 할 관점의 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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