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릭스미스 너마저..." 국내 바이오기업 신약 개발은 시기상조?

입력 2019-09-24 15:56수정 2019-09-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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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 강당에서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당뇨병성신경병증(DPN) 치료 목적의 미국 임상 3-1상 결과 설명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헬릭스미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 결과 발표가 연기되면서 바이오 업계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잇따른 실패 소식에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신약 개발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마저 불거지고 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엔젠시스와 위약의 혼용 가능성이 발생해 약물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 도출이 어렵게 됐다”며 현시점에서의 임상 3상 실패를 인정했다. 이에 이번 주로 예정됐던 글로벌 임상 3상 톱라인 발표는 불가능해졌다. 톱라인 데이터는 임상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먼저 공개하는 핵심 지표로, 신약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잣대다.

믿었던 헬릭스미스마저 임상 실패 소식을 전하자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올 하반기 업계 최대 이슈로 꼽히던 신라젠은 8월 ‘펙사벡’과 넥사바의 병용 임상 3상의 무용성 평가에서 임상 중단을 권고받았다. 앞서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은 글로벌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이 좌절됐다.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들이 신약 개발의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임상 3상에서 모두 고배를 마신 것이다.

헬릭스미스는 6개월 내 후속 임상 3상에 돌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할 계획이다. 2021년 말에서 2022년 1분기 종료를 목표로 진행하며, 임상 데이터의 질을 올리기 위해 규모도 축소한다. 시판 허가(BLA)는 2022년 하반기에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임상 3상에서 위약과 신약후보물질의 혼용이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주성분이 뒤바뀐 채 허가·판매한 ‘인보사’ 못지않은 사태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 수백억 원을 들여 진행하는 글로벌 임상에서 이 같은 사례는 사실상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며 “회사의 신약 개발 능력 자체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헬릭스미스의 임상 실패로 국내 기업의 신약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것 아니냔 우려는 더욱 팽배해진 상황이다. 올해 낭보를 전할 것으로 기대한 기업들이 줄줄이 좌절하면서 업계의 신뢰도 역시 바닥을 쳤다.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인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업계의 연속 악재로 국내 신약 개발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임상 실패를 장기적 관점의 성장통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지만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의 이슈가 아닌 개별 기업의 이슈로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둔 곳은 메지온과 한올바이오파마 등이다. 메지온은 희귀질환인 폰탄수술 환자 합병증 치료제 ‘유데나필’의 임상 3상 톱라인 데이터를 11월 중순 공개할 계획이다. 예정대로라면 FDA 신약허가신청(NDA)도 연내 제출한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과 개발하고 있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의 임상 3상 톱라인 데이터를 12월 내놓고 글로벌 성과를 타진한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퓨어스템-AD’의 국내 임상 3상 결과를 하반기 공개할 예정이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 강당에서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당뇨병성신경병증(DPN) 치료 목적의 미국 임상 3-1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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