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구대책으로 생산인구 감소 대응방안…인구구조 변화 받아들이되 충격 완화 집중
정부는 18일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과 대응방안(총론)’에서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인구정책 패러다임을 전면 전환하기로 했다. 저출산 극복에 100조 원이 넘는 재정을 쏟아붓고도 효과를 보지 못한 데 따른 회의론이 반영된 것이다.
기획재정부를 주축으로 한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는 4월부터 5개월간 40여 회의 논의에서 가까운 미래에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키기 어렵고, 오히려 향후 20~30년간 기존 저출산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결국 인구대책 첫 과제로 내놓은 ‘생산연령인구 감소 대응방안’에선 고령자와 외국인 활용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안을 내놨다. 단기적으로 직면한 문제들부터 해결하고 보자는 고육지책이다.
◇출산율 제고 대책의 한계=정부는 2006년부터 1~3차에 걸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추진하면서 13년간 저출산 대응에 152조7000억 원을, 고령화 대응에 116조7000억 원 등 총 269조4000억 원을 집행했다. 결과는 초라했다. 2000년(1.48명) 이후 급락세를 보이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8명을 기록,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0명대 출산율’ 국가가 됐다.
2000년 이후 저출산의 영향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2018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층에 접어드는 2020년부터 감소세가 가팔라질 전망이다. 특히 제2차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의 취업시장 진입이 마무리되는 2020년대 후반부턴 본격적인 인력부족이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인력부족은 곧 노동생산성 및 성장잠재력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활력 대책회의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1 미만인 유일한 초저출산 국가이며, 고령화 진행속도도 사실상 가장 빨라 초고령사회 진입(2025년)을 눈앞에 두고 있을 만큼, 그 어느 나라보다도 심각한 인구구조 변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초저출산·초고령사회 연착륙에 집중=이날 발표된 ‘생산연령인구 감소 대응방안’과 앞으로 마련될 분야별 대응방안은 인위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데서 탈피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 병력 부족, 재정지출 증가의 충격을 줄이는 데 집중됐다.
생산연령인구 확충을 위해선 고령자의 계속고용과 정년폐지, 재취업을 활성화하고, 외국인력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정부의 계속고용제도는 일본의 ‘고령자 고용확보 조치’와 거의 같다. 일본은 2013년 만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했다. 일본의 대부분 기업(79.3%)은 우리 정부가 제시한 것처럼 재고용과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 세가지 선택지 중 재고용을 선택했다. 재계약 시 임금이 하락해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16.7%는 65세로 정년을 늘렸고, 2.7%는 정년을 폐지했다. 지난해 일본의 60-64세 취업률은 68.8%로 2013년에 비해 9.9%포인트 높아졌다.
2033년 국민연금 수령이 65세가 된다는 점에서 이때부터 기업은 의무적으로 65세까지 고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고령인구 증가에 대응해 고령친화 신산업을 육성하고, 주택연금과 퇴직·개인연금 활성화를 통한 다층적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내실화한다. 또 복지지출 급증에 따른 충격을 덜기 위해 장기적으로 노인 기준연령(65세) 상향을 검토한다.
절대인구 감소에 따른 충격을 덜기 위해선 교원수급 조정 및 학교시설 복합화를 추진하고, 평생교육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군병력을 간부 중심으로 정예화시키고, 지역활력 제고 차원에선 공공생활 서비스 체계를 인구 감소지역 중심으로 개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