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협회ㆍ자산운용협회ㆍ증권연구원 등 3개 단체가 지난 12일 증권사 애널리스트 자격시험과 자격증제도 도입을 연내에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관련 규정에 대한 협의를 이달말까지 마무리, 오는 9∼10월께 증권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고 금융위원회와 최종 조율을 거쳐 올해 말까지 관련 규정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애널리스트 자격증제도를 놓고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회의적인 반응이 대다수를 이루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널리스트 자격증제도의 도입이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애널리스트들의 질적 향상과 신뢰도를 지금보다 개선한다는 제도적 목적에 있다고 하나 애널리스트 업무가 업종별로 분명히 차이가 있는 상황이며 반년이라는 짧은 준비기간으로 체계적인 계획 없이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 리서치센터장들은 최근 신설증권사의 증가로 인한 일선의 수급 공백에 따라 협회에서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며 단순히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애널리스트 자격을 부여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단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합격/불합격이라는 일률적인 잣대로 계량화시켜 시험을 치르는 것은 오히려 애널리스트의 질적 수준을 저하시키는 행위이며 현재 시중증권사들은 애널리스트 양성에 있어 충분히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나 부족한 부분이 많은 상황이므로 충분한 준비가 수반되지 않으면 이 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명확한 선을 그었다.
A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금융기관들의 막대한 자산운용과 관련, 이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요구되는 직업이 바로 애널리스트인데 이러한 위험성과 중요성에 대해 협회측은 간과하고 있다"며 "단순히 경영과 회계지식의 전달만으로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B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요즘처럼 급변하는 장세에서는 특히 애널리스트의 경험이 중요한데 시중 증권사들이 도제식으로 인력을 키워가는데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며 "이론적 지식만으로 현업에 투입되더라도 실전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재교육으로 인한 시간 낭비와 수준 낮은 보고서로 인한 해당 증권사의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자격증으로 애널리스트를 공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 내는 것이 우선이므로 검증이 되지 못한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C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무엇보다 분석 대상 업종이 다양하기 때문에 정형화된 틀을 갖고 계량화시켜 교육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협회의 교육과정을 통해 전반적인 경제기초와 학문적인 투자이론에 대해 배울 수 있겠지만 이는 제너럴리스트를 양성하는 것일뿐 스페셜리스트는 절대 아니다"고 지적했다.
D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모든 것을 시험으로 해결하려는 전형적인 관료적 마인드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실력이 업는 애널리스트는 자연스럽게 도태되므로 시장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져야 한다는 시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격증 관련제도가 나쁜 방안은 아니라며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보고서를 만들수 있는 능력을 미리 갖출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관건은 애널리스트 자격증제도를 통해 배출된 인력들이 양질의 보고서를 다양한 시각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다만 이러한 인력을 누가 양성할 것이며 기간은 얼마나 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현재 애널리스트 수요가 늘어 약간의 경력만으로도 철새처럼 옮기는 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고 심지어 상당한 교육과 검증이 필요한 RA(리서치 보조)조차도 스카우트되는 씁슬한 상황이지만 지금처럼 상대방의 인력을 뺏고 빼앗기는 것보다 인력풀을 보다 풍부하게 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