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각국, 탈석유 총력에 글로벌 공급망서 비중 커져…운송비용 증가·조달 차질 우려
원유 등 해상 운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알루미늄이나 화학 등 소재 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21세기 들어 비에너지 산업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해 세계 무역에서 그 비중을 높여왔다. 중동산에 대한 의존도를 강화해온 일본 기업도 많아 미국과 이란의 대립 격화 등 중동 긴장은 에너지 이외 다른 여러 산업에다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경종을 울렸다.
닛케이는 국제무역센터(ITC)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호르무즈해협에 접한 중동 7개국에서 수출되는 개별 품목의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조사했다.
수지 제품의 원료가 되는 에테르와 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이나 화학비료에 쓰이는 암모니아 등에서 중동산의 글로벌 수출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0~30%대에 달했다. 그 비중은 불과 10년 만에 2~5배로 급성장했다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지난해 폴리프로필렌 부문에서 중동산 점유율은 24.3%에 달했으며 에틸렌은 23.7%, 암모니아는 30.5%, 에테르는 33.1%를 각각 기록했다.
2008년에 거의 제로였던 중동산 알루미늄 주괴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6%로 껑충 뛰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구리 등 비철금속 점유율도 15% 안팎을 각각 기록했다.
이런 배경에 있는 것이 ‘탈석유’를 내건 중동 각국의 경제 개혁이다. 미국의 셰일혁명과 원유시장의 침체 등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은 자원에 의존하지 않는 산업 구조로의 전환에 사활을 걸게 된 것이다. 이런 전환의 선두에 선 것이 바로 원유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화학물질과 비철금속 등 소재 산업이었다.
중동은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그만큼 발전소의 전기생산 비용이 저렴하다. 또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해 최신 설비를 도입, 고품질의 제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에 힘입어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미주 지역 등으로 활발하게 수출도 이뤄졌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석유 부문 비중은 사우디가 2001년 약 60%에서 지난해 40%대로, UAE는 40% 이상에서 30%대로 낮아졌다.
그만큼 해운 수송 대동맥인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정세 악화는 석유는 물론 다양한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됐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호르무즈 위기’의 단초가 됐던 6월 발생한 2척의 탱커에 대한 공격에서 일본 기업 소유의 선박 1척이 수송하고 있던 물품은 원유가 아니라 미쓰비시가스화학과 사우디 기업의 합작회사가 현지에서 생산한 메탄올이었다. 미쓰비시케미컬홀딩스와 스미토모화학도 최근 중동에서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 석유화학제품의 수입 물량에서 중동산 비중은 현재 10%를 넘는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아울러 제조 시 대량의 전력을 사용하는 알루미늄 부문에서도 중동세가 최근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이 중동 각국에서 수입한 알루미늄 주괴가 전체에서 차지한 비중은 지난해 17%로, 10년 만에 세 배 뛰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대립 격화 등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업계는 운송비용 증가와 조달 차질 등을 우려하게 됐다. 호르무즈해협을 지나가는 화물선에 부과하는 해상보험 요율은 한때 6월 피습 사태 전보다 약 20배로 뛰었다. 한 일본 알루미늄 압연 대기업 관계자는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다른 공급처를 찾고 있다”며 “그러나 중동산의 높은 품질을 대체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고 품질 확인 등에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