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허브?...천정부지 홍콩 집값, ‘송환법’ 분노에 기름 부었다

입력 2019-08-2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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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가한 홍콩시민들이 우산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홍콩에서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사태의 기저에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글로벌 금융 허브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제 불평등이 심화한 것이 현재의 사태를 더욱 키웠다고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홍콩 반환 이후 규제 완화 등 정책 지원과 함께 중국에서 몰려든 자금 덕분에 홍콩은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창출된 고임금의 일자리는 외부인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특히 외부인들은 홍콩의 주택 가격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중국의 큰손들이 홍콩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주택시장 왜곡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거물들은 계속 재산을 불려가는 반면,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기 힘든 홍콩 시민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렸다.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가한 젊은층 대다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자동차보다 작은 ‘나노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들에게 내 집 마련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실제 홍콩 직장인의 평균 급여는 1만7000홍콩달러(약 264만 원)로, 아파트 임대료보다 적다. 중간 연봉으로는 12평방피트(1.11㎡) 정도를 살 수 있는데, 이는 뉴욕이나 도쿄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주택시장 왜곡이 발생하자 홍콩 행정부는 부지 공급에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게 더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꼬집었다. 매년 조금씩 이뤄진 부동산 경매가 부유한 개발업자들에게 돌아갔는데, 이들이 신규 주택 공급에 소극적인 것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홍콩 정부는 부동산 거물들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 수입의 27%가 토지 거래에서 나오는 만큼 홍콩 재정에 대한 이들의 기여도가 크기 때문이다. 홍콩 시위 사태가 시작된 이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시위대와 만난 적은 없지만, 부동산 큰손들과는 여러 차례 만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코노미스트는 시위는 송환법 반대로 촉발됐지만, 이번 사태는 홍콩 자본주의 시스템의 결점을 노출시켰다고 비판했다.

홍콩에서는 25일에도 곳곳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긴장이 높아지면서 평화 시위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받았지만, 결국 이날 시위에서는 충돌이 빚어졌다.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물대포와 화염병, 최루탄까지 동원했고, 여기다 경찰이 실탄 사격까지 하면서 시위대와 경찰 간 대립은 더욱 격해졌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무력 개입이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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