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 편승한 막연한 주가반등 기대감 지양해야...
국제유가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배럴당 15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더니, 최근 급락하기 시작해 고점대비 18% 가량 하락하며 120달러를 밑돌고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하락으로 글로벌 주가 반등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이에 편승한 막연한 반등 기대감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도분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은 6일(현지시간) 장중한 때 117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하며 118.6달러로 마감했다.
유가에 대한 관념적인 밴드가 100~120달러, 120~150달러 정도로 받아들여졌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유가 하락은 지난 2분기를 짓눌렀던 초고유가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영원 푸르덴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가하락은 수요-공급의 변화보다는 투기적 수요가 효과적으로 억제된 결과"라며 "최근 유가하락은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수요 감소에 대한 예상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투기적인 수요는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임정현 부국증권 연구원은 "원유시장 내 투기적 매수포지션의 미결제약정의 경우 뚜렷이 감소되고 있으며, 원유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거래도 최근 풋옵션의 거래량이 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리가 동결되고 달러화의 강세전환이 뚜렷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투기적 수요가 효과적으로 관리되는 것은, 규제의 효과와 향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시각이다.
이에 유가하락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유가 하락만으로 증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이영원 연구원은 "유가하락으로 글로벌 주가 반등기조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다만 국내 증시에는 외국인 투자가의 대규모 매도가 지속되는 수급상의 문제, 실물경기에 대한 우려, 신용문제 등이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신중한 자세는 여전히 필요해 보인다"고 당부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유가를 바라보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경제를 보고 이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을 보고 움직이는 것인데 당장 유가가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임정현 연구원도 "현재로서는 국제유가의 추가적인 하락조정을 예상하되 그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아직은 국내 증시 내 불확실성이 크고 악재의 수위 또한 높아 본격적인 반등신호로 받아들이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증시전문가들은 유가하락을 투자 수익률 제고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유가하락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 항공 해운주, 그리고 유가하락에 따른 실질구매력 증가로 수혜가 예상되는 IT업종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