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싱가포르 우회 가능성에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싱가포르를 통해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를 공급받았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사실상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구멍 찾기에 나선 셈이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딥시크가 싱가포르를 통해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우회했는지에 대해 백악관과 연방수사국(FBI)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딥시크가 미국의 수출 통제를 우회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딥시크는 해당 보도와 관련해 즉시 논평하지 않았다. 앞서 엔비디아는 이번 주 초에 딥시크가 미국 제한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딥시크는 최근 서구에서 개발된 AI 모델 기능에 필적하는 AI 챗봇 ‘R1’을 출시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특히 기술적 우위 확보를 위해 미국 정부가 내려왔던 첨단 반도체 대중 수출 규제 효과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딥시크가 어떤 AI 반도체 기술을 사용해 AI 모델을 개발했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딥시크 연구원은 논문을 통해 지난달 공개된 V3 모델이 엔비디아의 H800 반도체 2048개로 훈련됐다고 언급했다. 엔비디아의 H800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최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에 맞춰 만들어진 저사양 칩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2023년 10월 H800을 포함한 여러 엔비디아 칩까지 중국 수출을 금지하면서 엔비디아는 더 낮은 사양의 H20을 개발해 중국에 판매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 H20에도 수출 규제를 할 것인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중국에 반도체 중개 가능성이 있는 40여 개국에 제한 조치를 부과했다. 하지만 당시 조치에서는 싱가포르는 빠져있다가 올해 초 규제 대상 국가가 싱가포르로 확대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엔비디아의 매출의 약 20% 차지한다. 다만 싱가포르로 간 반도체 물량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을지는 불확실하다.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 측은 싱가포르 매출이 반드시 중국으로의 우회 수출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존 물레나르 하원의원(공화당)과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하원의원(민주당)은 지난 29일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에 보낸 서한에서 “싱가포르와 같은 국가들은 중국으로의 수출에 엄격한 라이선스 요건을 적용해야 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