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신차 개발비 과거의 절반 수준… 비결은 ‘플랫폼 공유’

입력 2019-08-0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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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원가 절감’ 전략, 설비 변경 줄이고 부품 공유… 최근엔 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크기 차량 개발

자동차산업은 제조업이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매출 및 이익은 삼성보다 적어도 어깨에 힘을 주는 이유도 고용 창출을 비롯한 후방 효과가 가장 큰 자동차 사업 덕분이다. 한국 제조업 부가가치의 11%를 담당하고 있으며, 총수출의 13%, 고용의 12%를 담당한다.

하지만 높은 노동 비용 및 낮은 생산성 그리고 노동의 유연성 부족은 국내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눈덩이처럼 원가가 불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어서다.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해 ‘자동차 산업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서민들 머릿속에는 아직 자동차는 비싸다는 인식이 크다. 아파트 분양 원가처럼 원가를 알 수 없는 구조여서다. 이를 설득할 수 있다면 합리적 소비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완성차 회사에서 답을 아는 사람이 드물고, 공개도 꺼린다. 그만큼 극비인데, 이유는 원가 명세가 공개되는 순간 어떤 방식으로든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설계부터 디자인, ‘가치 사슬(v-alue chain)’ 관리를 통한 합리적 부품 구매,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든 차를 만드는 ‘플랫폼 통합’ 등 다양한 곳에서 추진되는 원가 절감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엔진과 변속기 비싸고 원재료 따라 원가 달라져 = 자동차 원가는 원재료와 인건비, 국제유가에 따른 물류비용 변동, 환율 등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원가를 구성하는 구조가 정해져 있을 뿐, 시장변수에 따른 손해는 회사가 감수하는 구조다. 물론 변동에 따른 이익도 회사가 챙긴다.

일본 스즈키가 한때 인도 시장 저가형 모델의 원가구조를 공개한 적이 있는데 이를 참고할 만하다.

인도 생산 현지전략형 소형차 스즈키 마루티의 전체 가격 중 △엔진과 변속기는 28.2% △차체(섀시) 9.5% △물류 5.1% △딜러마진 4% △보증수리비 1.8% 등이 자리를 차지한다. 항목에 따라 개발에 들어간 비용이 포함된다.

저가형 자동차에 대한 구조인 만큼 모든 차에 이런 구조를 대입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롤스로이스의 경우 엔진 다음으로 비싼 품목이 가죽시트, 나아가 인건비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한 대당 평균 매출원가비율 80% 안팎 = 완성차 메이커의 일반적인 매출원가비율은 80% 안팎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현대차의 이 비율은 83.7%, 기아차는 82.1% 수준이다.

2017년 81.6% 수준에서 지난해 84.5%까지 치솟았다 다시 줄었다. 같은 형태의 기아차 역시 지난해 84.6%에서 올해 82%대로 내려왔다. 신차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무렵에는 초기 개발비가 포함된 만큼 원가비율이 올라가기도 한다.

쌍용차의 경우 전체 차 금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87.8%에 달한다.

지난해 군산공장을 폐쇄했던 한국지엠(GM)의 경우 매출원가 비율이 92%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익의 대부분을 미국 본사로 옮기는 이른바 ‘높은 이전가격’ 논란이 불거지면서 비난에 빠지기도 했다. 미국에서 들여오는 부품값을 비싸게 책정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전 차종 생산하는 시대 = 한때 우리는 신차 출시 때마다 “3년 동안 0000억 원을 투입해 개발했다”는 홍보성 문구를 많이 접했다.

다만 최근에는 이런 문구가 사라졌다. 차는 더욱 정교해지고 첨단 기기로 거듭났으나 개발하는 데 소요된 금액은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플랫폼 공유에 따른 개발비용 절감이다. 1999년 기아산업을 인수한 현대차가 가장 먼저 추진했던 게 플랫폼 공유다.

이 방식을 통해 등장한 첫 번째 모델이 현대차 EF쏘나타와 플랫폼을 공유한 기아차 중형세단 옵티마였다. 엔진과 변속기는 물론 주요 부품 대부분을 공유했고 실내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제품도 함께 썼다.

‘플랫폼 공유’는 또다시 ‘플랫폼 통합’으로 바뀌는 중이다. 비슷비슷한 차들이 하나의 플랫폼을 공유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이제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든 차를 만드는 ‘통합’의 단계가 됐다. 현대차그룹 역시 2025년까지 전체 플랫폼을 4가지로 압축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폭스바겐의 MQB 플랫폼도 대표적이다. 가로배치 엔진과 전륜구동 모델을 위한 플랫폼을 하나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다른 차를 추가로 개발할 수 있도록 애초부터 밑그림을 그렸다.

엔진과 구동계를 고정된 ‘유니폼 파츠’로 부르고 나머지 차 길이와 너비는 마음껏 바꿀 수 있다.

◇디자이너도 원가 절감하는 시대 = 개발 단계에서 플랫폼을 공유했다면 디자인 과정에서도 원가절감 전략이 반영된다. 이른바 ‘디지털 디자인’이다.

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생산 비용도 크게 절감됐다. 애초부터 디자인 변형 범위를 미리 설정하고 이 울타리 안에서만 디자인을 바꾸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공장의 설비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이전의 생산 시설을 대부분 이용하면서도 신차를 뽑아낼 수 있다. 자연스레 공장 설비개선 비용이 줄어들면서 개발비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개발비와 원가를 낮추기 위한 전략은 곳곳에 마련돼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한 전략은 개발과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생산과 물류, 유통까지 이어진다.

완성차 회사는 이익을 남기기 위해 매년 하반기에 이른바 CR(cost reduction)에 나서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부품을 한 곳에 몰아주는 것도 방법이다.

완성차 메이커에서는 같은 부품이라도 여러 곳에 발주한다. 특정 부품사가 재난과 화재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납품중단에 빠졌을 경우를 대비하는 방법이다.

타이어도 마찬가지인데 같은 차종도 생산 시기에 따라 다른 브랜드의 타이어를 장착할 때가 있다.

반면 최근 등장한 기아차 셀토스는 신차용 타이어 전량을 금호타이어에서 공급받는다. 이를 통해 납품단가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천재지변이나 파업 등으로 금호타이어가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지 못해도 대안은 있다.

셀토스를 생산 중인 기아차 광주공장은 기아차 쏘울도 생산 중이다. 다행스럽게도 두 차종의 타이어 사이즈는 동일하다. 결국 셀토스 타이어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쏘울의 신차용 타이어를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원가도 절감하고 이에 따른 리스크도 해소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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